오토바이, 차량으로 선정적 전단지 길거리 무단 살포
청소년들 무방비 노출... 구청·경찰, 단속 손 놓고 있어
구청 "단속 권한 없다"... 경찰 "실질적으로 단속 어렵다"

[법률방송뉴스] 서울 강남 등 식당과 술집, 유흥주점 등이 밀집한 번화가 골목은 어디나 다 비슷비슷할 것 같은데요.

저녁이면 유흥가 골목마다 수북하게 쌓여 나뒹구는 낯 뜨겁고 선정적인 유흥업소 전단지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김태현 기자가 현장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깔리며 네온사인이 빛을 반짝이는 서울 강남역 부근 상가 이면도로.

퇴근길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는 가운데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뭔가를 길바닥에 내던지며 걸어갑니다.

그 옆에선 오토바이를 탄 남성 두 명이 주변을 빙빙 돌며 역시 뭔가를 집어 던집니다.

후드티를 뒤집어쓴 또 다른 남성은 한 손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아예 뭉텅이 채 뭔가를 길바닥에 연신 뿌려댑니다.

그런가하면 시커멓게 선팅을 한 차의 창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뭔가를 창문 밖으로 확 뿌리며 갑니다.

도대체 뭐를 저렇게 뿌리고 던지는지 가까이 가서 확인해 봤습니다.

‘란제리 셔츠룸. 24시 영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인근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광고 전단을 업소 개장과 시민들 퇴근 시간에 맞춰 마구 뿌려대고 있는 겁니다.

삽시간에 골목 일대가 낯 뜨거운 유흥주점 광고 전단지로 덮이다시피 변합니다.

[주변 상인]
(전단지 많이 뿌리나요?) “심한 정도가 아니라 지금은 이 시간 되면 쌓일 정도가 돼요. 엄청 짜증나요. 가게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청소도 안 하고 그러니깐 많이 짜증나죠...” 

‘SS급 언니80명 이상 출근. 러시아 포함’, ‘만족하실 때까지 초이스’ 같은 선정적 문구가 난무하는 가운데 길 한가운데서 버젓이 유흥업소 호객 행위까지 이뤄집니다.

[유흥업소 관계자]
“양주 한 병에 맥주 무제한인데 두 분이서 오시면 45만원 세 분이서 오시면 10만원씩 더 붙어요. 저렴하게 드시는 거예요...” 

해당 거리엔 유명 입시학원과 지방에서 올라온 학원 수강생들을 위한 학사 등이 다수 위치해 있어 청소년들의 왕래도 빈번한 곳입니다.

그런데도 아랑곳없이 청소년들이 보고 밟고 가는 길에 낯 뜨거운 사진과 선정적 문구로 도배한 유흥업소 전단지들이 마구 뿌려지고 있는 겁니다.

[입시 학원생]
“저희는 공부하러 왔는데 공부하고 나오면 이런 게 좀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으면 아무래도...”

[입시 학원생]
“여기 사실 뭐 재수생들 말고 다른 학원, 다른 좀 더 어린 학생들도 많고 그러니까 이런 거 보면 솔직히...”

전단지엔 업소 관계자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찍혀있는데 관할 강남구청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라며 말끝을 흐리며 단속과 규제에 난색을 표합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이제 사람에 대한 단속은 저희들이 할 수가 없고... 권한이 없어요. 저희들한테는. 단지 경찰서에서 불법 전단지 배포행위를 경범죄로 처벌을 할 수는...”

경찰서에 문의해 보니 직접적인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조장하는 전단지가 아니면 딱히 단속할 근거도 없고, 실무적으로도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경찰 관계자]
“그 사람들은 그냥... 오토바이, 조그마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막 뿌리고 다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잡아야 되는데... 참...”

구청도 경찰도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오늘도 일반 시민들은 물론 청소년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낯 뜨거운 전단지로 덮이고 있습니다.

[입시 학원생 학사 운영자]
“말하나 마나지. 지적이야 뭐 너무 어지러워서 되겠어. 더러워서. 학생들한테 뭘 가르치는 거야, 이걸. 학생들한테 무엇을 가르칠 거야... 이게 뭔 짓거리야. 이게...” 

이게 강남 어느 한 골목만의 문제일까요. 전단지에 전화번호까지 다 찍혀 있는데 낯 뜨거운 전단지 살포에 불이익을 주고 규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요. 

행정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애꿎은 환경미화원만 도로를 가득 메운 전단지와 매일 아침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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