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성범죄자, 옮긴 주소 신고 안 하면서 엉뚱한 피해 입어
경찰 "여가부가 공개"... 여가부 "법무부 자료"... 법무부, 답변 거부

[법률방송뉴스] 성범죄자도 아닌데 우리 집이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는 정부 고지문이 주변에 전달되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싶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부산에서 벌어졌다고 합니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와 고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심층 리포트’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에 사는 47살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자신의 집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정부 고지문을 받은 겁니다.

‘단순 해프닝이겠지’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던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을 넘어 아연실색해지고 말았습니다.

해당 고지문이 이웃 주민 등 인근 300여 세대와 학교, 학원 등에까지 일제히 전달된 겁니다.

삽시간에 한 집안의 멀쩡한 가장이 성범죄자로 몰렸습니다. 

한 집안의 멀쩡한 가장을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내려질 정도의 성범죄자로 몬 이런 황당한 일이 도대체 어떻게 벌어진 걸까요.

일단 현행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법원의 신상정보 공개 명령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법원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면 경찰은 관련 신상정보를 법무부에 전달합니다. 이렇게 전달받은 정보를 법무부는 다시 여성가족부에 전달하고, 전달받은 정보를 여가부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올리고 이웃 주민과 학교 등 관련 기관에 고지문을 발송합니다.

애초 정보 수집·제공자와 전달자, 게시 및 고지 주체가 모두 다른 구조입니다.

이번 사태는 그전에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던 정보 공개 대상 성범죄자가 이사를 가며 벌어진 일인데 경찰도, 법무부도, 여가부도 이런 사실을 누구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파문이 일자 최초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경찰은 고지문을 발송한 건 여가부 아니냐며 책임을 면피하려 듭니다.

[경찰청 관계자]

“저희가 사전 심사 뭐 먼저 보는 게 아니고요. 공개하는 알리미 운영은 여가부에서 하고 있거든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고지문을 잘못 발송한 여가부는 자신들은 법무부에서 받은 대로 공개하고 고지한 것이라며 책임을 법무부에 떠넘깁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일단 정보제출 저희가 법무부에서 받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주시면 그 정보에 따라서 공개를...”

법무부는 법률방송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렇다 할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신상정보 공개 대상 성범죄자가 마음먹고 경찰에 주소를 허위로 신고한다든지 이사를 하고 재신고를 안 한다든지 하면 이번 같은 일이 얼마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문 발송을 담당하는 여가부 관계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며 말을 흐립니다.

[여가부 관계자]

(만약 이번 사건처럼 정부제출 기피하거나 속이는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일단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법령상에는 나와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공개 대상 성범죄자의 자의와 처분에 맡겨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일단 주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신상정보 공개 대상 성범죄자를 관계 법령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애초 정보를 잘못 전달한 담당 직원을 조사한 뒤 조치한다는 방침이지만, A씨 가족이 입은 피해에 대해선 경찰도 여가부도, 법무부도 이렇다 할 답변도 반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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