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법무법인 선율 변호사
박상수 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

또다시 유람선이 침몰하고 수십명의 국민이 사망하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헝가리에서도 악천후 속 출항과 구명조끼 미착용 등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사회적 참사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생각해보면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다국적 기업이 자신있게 내놓은 제품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에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일찌감치 사회적 참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이러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957년 독일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현상이 일어났고, 원인을 찾던 중 산모들이 동일한 입덧 치료제인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탈리도마이드의 판매는 그후 5년여 간 지속되었고, 전 세계에서 이로 인한 피해자가 1만2000여명에 달하였다. 하지만 해당 제약회사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피해자들의 투쟁의 영향으로 2008년부터 행해진 독일 의회의 진상조사가 이뤄진 끝인 2012년이었다.

명백한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그 원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데 수십년의 세월이 소요된다는 이 경험은 사회적 참사 원인 규명과 궁극적 해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전과 신뢰의 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고속성장을 이어온 우리나라의 사회적 참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연이어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였고, 최근에도 인재(人災)로 밝혀진 포항 지진 참사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세간의 제도적·사회적 관심이 참사 발생 시점에만 집중되고 새로운 참사가 발생하면 이전의 참사가 잊혀진다는 데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적 참사는 수많은 경미한 사고가 누적되는 가운데 발생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조망이 단순히 시사적인 이슈로 소비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 하겠다.

면밀한 원인 파악과 정확한 책임 추궁, 그리고 확실한 사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참사라는 괴물은 사회의 다른 곳에서 다시금 그 공포스러운 얼굴을 드러내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회적 참사만큼은 결코 조롱받지 않고 희화화되지 않으며,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정파적 이익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국민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공동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국회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고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후 대책 및 예방책 마련을 위한 특별조치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세대 변호사들 역시 세월호 참사 공익 법률지원단 활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참여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필자도 최근 포항 지진 참사 피해자들의 사건 수임 요청을 받고, 포항 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를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며, 사회적 참사가 한 가족의 삶에 만든 생채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온 변호사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피해자들은 커피포트 속의 물처럼 끓다 마는 잠깐의 뜨거운 관심보다 우리 사회가 차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참사를 예방하고 그 대응책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의는 책임이 있는 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피해가 발생한 자에게 응분의 배상을 해줄 수 있을 때 실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참사 해결을 위한 작금의 다양한 시도들이 형식적 생색내기가 되지 않도록 온 사회가 함께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박상수<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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