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억원 편취하고 65억원 안 갚은 사기 피고인에 징역5년 선고 범죄 예방 위해서는 법이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온정주의(paternalism)란 본래 노사관계에서 노무관리의 방법 중 하나로 생겨난 용어인데, 일반적으로 ‘인간관계를 상호간의 계약관계나 이해관계로 보지 않고 정감적인 유대관계로 보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온정주의에 치우쳤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법률이 규정한 기준 내에서라면 형량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판사의 권한이기에 판사가 정한 형량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경험한 사건에서 중대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경우가 있어 ‘법원의 지나친 온정주의’에 대한 비판의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피고인은 사기죄로 기소되었고, 법원이 인정한 피고인의 편취금액은 154억원이었습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어떤 피해자는 피해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원 이상의 사기로 가중처벌까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였습니다(검사의 구형은 15년이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납득할 수 없는 형량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고, 피해자들과 합의를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일부 피해자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이 편취한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백을 하고 반성을 한다고 하여도,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여전히 변제하지 못한 금액만 6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154억원을 편취하고, 그 중 65억원을 갚지 못했는데, 징역 5년이라니요.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도 5년 징역살고 65억원 받고 싶다’고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연봉 1억원은 꿈의 급여입니다. 그런데 154억원을 편취하고, 65억원은 갚지도 못한 피고인이 징역 5년으로 형사책임을 면한다면 징역 1년 당 13억원을 버는 꼴입니다.

이러한 판결들이 일반 국민들에게 법원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갖게 하고, 나아가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판결의 내용을 일일이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기에 자세히 밝힐 수 없으나,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오랜 기간 재판 진행 경과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습니다.

법원은 89억원 상당 변제된 것을 감형의 사유로 보았으나, 사실 피고인의 범행 형태가 돌려막기로 인한 사기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이는 변제라기보다는 추가적인 사기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검사가 항소를 하여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원심에서 보여준 법원의 지난친 온정주의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됩니다(원심에서 모든 범죄를 자백한 피고인조차 항소를 하였습니다. 154억원을 편취하고도 징역 5년은 과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법을 엄격하게 만들기보다는 법이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최소한 범죄자가 처벌받는 수위를 보면 저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적정한 처벌이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음주운전을 하여도 매번 벌금만 내고 풀려날 수 있다면 음주운전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사범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기꾼이 사기 친 만큼 처벌받지 않는다면, 범죄의 유혹에 보다 쉽게 넘어갈 것입니다.

사법부의 신뢰는 물론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해서도 법원의 지난친 온정주의는 배격되어야 할 것입니다. / 조태욱 ·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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