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운전 정황 의심, 측정거부 면허취소 정당"
"자동차 키 넘긴 대리기사도 음주운전 방조죄 처벌"

[법률방송뉴스] 음주운전을 하긴 했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에 귀가한 운전자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요구합니다. 이를 거부했다면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할까요, 어떨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대구에 사는 A씨라고 하는데 술을 마신 A씨는 2017년 10월 21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운전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귀가하던 중 대리운전 기사가 불법 유턴을 하자 A씨는 기사를 내리게 한 뒤 자기 집까지 약 4㎞를 직접 운전해서 갔습니다.

A씨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앙심을 먹은 대리기사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을 찾아와 A씨에 대한 음주측정을 요구했습니다.

A씨는 경찰과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이며 3차례 음주측정에 응했지만 제대로 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경찰은 측정거부로 단속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A씨는 다시 음주측정을 요구해 2∼3차례 더 측정했지만 역시 제대로 된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은 음주측정 불응을 사유로 A씨 운전면허를 취소했습니다.

A씨는 경찰 처분에 불복해 “운전이 이미 종료됐기 때문에 음주측정에 응할 필요가 없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법원에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에서 A씨는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현행범이 아닌 사람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하거나 측정을 위한 임의동행을 요구한 경찰관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 수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인 대구지법 행정단독 김수연 부장판사는 “이유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보고'에 A씨가 말을 더듬거나 비틀거리고, 혈색이 약간 붉다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미뤄 음주측정을 요구받을 때 술에 취해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운전이 종료된 상태라 하더라도 음주운전을 한 정황이 인정되는데도 음주측정에 불응할 경우 면허취소는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대리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대리기사를 내리라 하고 직접 운전하고 앙심을 품은 대리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할 텐데요.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자동차 키를 넘긴 대리기사도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건 정작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술 한 잔 하고 불콰한 상태에서 대리기사가 마음에 안 들거나 화나는 게 있어도 그럴수록 집에까지, 집 주차장까지 끝까지 운전을 맡기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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