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위탁모, 15개월 여아 폭행 뇌기능 80% 상실
1심, 양형기준 6~10년 훨씬 넘는 징역 17년 선고
"법관의 양형 권한, 국민 법감정과 유리될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맡아 기르던 생후 15개월 된 아기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위탁모에 대해 법원이 오늘(26일) 이례적으로 대법원 양형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39살 김모씨라고 하는데요. 김씨는 서울 화곡동 소재 거주지에서 지난해 10월 당시 생후 15개월 여아 문모양의 양육을 위탁받았습니다.

흔히 ‘베이시 시터’라고 하는 위탁모는 부모의 집으로 찾아와서 아이를 볼보는 ‘아이 돌보미’와는 다릅니다. 위탁모는 자신의 집에서 위탁받은 아이를 24시간 내내 돌보게 됩니다.

보통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거나 출산을 포기할 수 없어 아이는 낳았지만 도저히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이를 맡겨두고 일을 한다거나 할 때 이렇게 아이를 위탁모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씨는 이렇게 위탁받은 문양을 설사가 잦다는 이유로 열흘간 분유도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서 아이를 엎어 놓고 때리는 등 학대를 했다고 합니다.

급기야 문양은 눈 초점이 맞지 않고 발이 오그라드는 이상증세를 보이다 뇌사상태에 빠졌고 문양을 진료한 이대목동병원 의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씨의 엽기 학대행위가 드러났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뇌출혈로 부들거리며 경련을 하고 있는 문양을 32시간이나 지나서야 병원에 데려갔고 그 사이 바로 병원에 가는 대신 인터넷에서 ‘고열, 의식, 팔 경직’ 등 이런 단어들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병원 도착 당시 문양의 뇌 기능은 이미 80% 정도 손상된 상태였고 사망 원인은 광범위한 뇌손상, 의료용어로는 ‘미만성 축삭 손상’이었습니다.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오늘 나왔는데 법원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양형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학대행위와 방치로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졌다“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이어 중형 선고 사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하지만 이는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 

"법관에게 부여된 양형 권한은 국민에게서 온 것이고 국민의 법감정과 유리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는 것이  재판부가 밝힌 징역 17년 중형 선고 사유입니다.   

대법 양형기준이 ‘국민 법감정’ 보다 위에 있을 수 없음을 직접 ‘천명’한, 어떻게 보면 하급심 법관으로선 좀 ‘이례적’인 판결문입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문양과 함께 위탁받은 6개월 된 여자아이 입을 틀어막고 욕조에 빠트리거나 18개월 남아에게 뜨거운 물을 틀어 2도 화상을 입힌 다른 아동학대 혐의 등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김씨는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어려운 가정에서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하고 힘에 부쳤다. 제가 저지른 과오는 죽어 마땅하다. 두 손 모아 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고 지겨워도 그 스트레스와 화를 아이에게 푸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달리 생각하면 사정이 어지간히 딱하고 어렵지 않으면 어떤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위탁모’ 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싶겠습니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제2의 김씨’가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대다수 선의의 위탁모들을 위해서라도 위탁모 제도 전반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될 것 같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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