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청문경과보고서 18일까지 송부해달라"... 야당 "지명 철회하라"
"경과보고서 미채택시 숙려기간"... "도덕성, 자질 검증 이원화" 법안 등

문형배(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형배(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법률방송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18일까지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9일 임명안을 재가하고 발령을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새 재판관들의 임기는 19일부터 바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18일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식을 갖는 가운데, 청와대는 그때까지 두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헌재 재판관 공백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그러나 "언제든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무자격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를 비난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후보자들의 자질과 의혹에 때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임명권자의 인사 강행은 되풀이되는 현실. 이번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20대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42개나 발의돼 있다. 그 중 절반 가까운 20개 법안은 현재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 여야 한목소리로 "청문회 제도 개선"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도입됐다.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막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그러나 청문회는 도입 이후 후보자의 정책 비전과 소신 검증의 장이 아니라 후보자의 흠결 파기에만 집중하거나, 여야 각각의 입장에 따른 당리당략의 분출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이 강행될 경우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까지, 헌법재판관 9명 중 무려 4명이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현 제도 하에서는 국가를 위해 일할 역량이 있는 인재들을 쓸 수 없으니 인사청문회 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만 42개. 그 중 많은 법안들이 청문회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청문회 기간 연장, 사전 검증 강화, 도덕성 검증과 자질 검증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경과보고서 미채택시 숙려기간 둬야"

청문회 기간 연장 내용을 담은 법안은 7개다.

가장 최근 청문회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청문 기간을 연장하고, 경과보고서 미채택시 10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의원은 “제한된 인사청문 기한으로 인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고, 청문 과정에서 부적격 사유가 적발·확인되더라도 숙려기간 부족으로 부적격 공직후보자의 임명 강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 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 위원회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 의원은 "제약된 청문 기간으로 인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수 없어 청문 제도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주요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직무적합성을 더욱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명동의안 제출 전에 철저한 검증"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 전 사전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4개 발의돼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 및 여·야간 힘겨루기 현상 등 공직후보자에 대한 업무능력·도덕성 등에 대한 사전 검증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개정안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을 위해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경우 사전 검증 기준·내역 및 결과를 첨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후보자 도덕성, 자질 검증 이원화"

도덕성 및 윤리성과 자격 및 자질 검토를 이원화해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윤리성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후보자의 인격 및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청문회의 본질인 업무능력과 자질 검증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사청문 위원회를 '윤리성 검증 위원회'와 '업무능력 검증 위원회'로 이원화해야 한다"며 "윤리성 검증 청문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공직후보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보호하고, 필요시에 공개하거나 언론브리핑을 실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면 된다"며 "별도의 업무능력 검증 청문회를 통해 공직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자질에 대한 심도있는 검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 취지를 말했다.

김기태 미국 뉴욕주 변호사(국제법률전문가협회 상근부회장)는 "우리가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성인을 뽑는 게 아니지만 도덕성 검증을 안 할 수가 없다면 ‘도덕성 검증’과 ‘자질 검증’을 따로따로 해야 한다"며 "도덕성 검증에 있어 위법이나 불법적인 상황이 드러나면 고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효율적인 청문회 진행을 위해 자료제출 지연이나 미이행, 또는 청문회 위증을 하는 공직후보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도 제출됐다.

■ "미국 청문회 1명당 평균 6개월 소요"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청문회 전에 FBI 신원조사부터 상원 인준까지 후보자 조사 기간이 3개월가량 소요되고, 채용과 승인 대기도 2개월이 걸리는 등 최소한 6개월이 소요된다. 흠결있는 후보자를 촘촘하게 걸러내는 구조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미국에서 FBI 검증을 제일 꼼꼼하게 하는 사람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우리로 치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헌법재판관도 포함이 된다"며 "FBI 검증을 마친 이들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30년간 평균적으로 1명당 45일정도가 걸렸고, 청문회 이후 최종적으로 통과되기까지 또 26일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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