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업체 "청각장애인 소리 안 들려 사고 날 위험 커"
청각장애인 "자동차 렌트 거부, 인권침해"... 인권위 진정
인권위 "청각장애인 사고 많다는 객관적 근거 없어... 차별"
인권위, 국토부 장관·시도지사에 업체 지도·감독 강화 권고

[법률방송뉴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청각장애인은 운전면허증이 있어도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잘 안 빌려준다고 합니다.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층 리포트’ 장한지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렌터카 업체를 검색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청각장애인에게 차량을 렌트해 주는지 물어봤습니다.

팔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도 아닌데 ‘장애인 손잡이’가 없다며 차량 대여를 사실상 거부합니다.

[A 렌터카 업체]
“이게 따로 장애인용으로 나온 차량이 아니라서 손잡이는 없으세요. 운전이 가능하실까요? 소리가 안 들리시는데...”

또 다른 렌터카 업체도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B 렌터카 업체]
“그것(청각장애) 때문에 힘드실 것 같은데요.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 자체가 운전하시기가 청각장애 같은 경우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고가...”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반응은 대동소이했습니다. “경적음 같은 게 안 들리는데 운전할 수 있겠냐. 위험해서 안 된다”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몇몇 대형 업체들은 대놓고 거부는 못하고 ‘연락을 주겠다’며 연락을 안 주는 식으로 렌트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C 렌터카 업체]
“어... 혼자서 운전하시는 거예요, 혹시? 아... 잠시만요. 제가 물어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하지만 이런 식의 렌트 거부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행위입니다.

일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장애인의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할 경우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법 제19조는 “교통 사업자는 교통수단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해 제한·배제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나아가 “교통 사업자는 교통 약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승규 활동가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차이를 두고 다르게 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차별이에요. 장애인의 장애를 사유로 해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명백하게 차별행위인 것이고...”

이에 지난해 6월 차량 렌트를 거부당한 청각장애 2급 김모씨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 "청각장애인에 대한 렌터카 이용 배제는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관련 약관 변경 등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렌터카 업체에 권고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운전미숙 또는 교통사고의 비율이 높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청각장애인이 엔진 시동음을 들을 수 없다 해도 계기판 경고등이나 차량 진동 등을 통해 차량 상태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청각장애인의 경우 사이드미러에 보조 볼록거울만 붙이면 되는데, 이런 조치를 안 하고 무조건 렌트를 거부하는 건 명백한 장애인 인권침해라는 게 인권위 판단입니다.

[문은현 소장 /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
“청각장애인에게 차량 대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렌터카 회사 대표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특별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아울러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장관과 전국 시·도지사에 대해서도 렌터카 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경우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런 식의 차량 렌트 거부는 큰 민사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미국의 전 50개 주에서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미국의 장애인법에 의하면 모든 장애인들은 일반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운전을 하는 데 있어서 제한을 받지 않도록 그렇게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도로에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배려’의 대상이라는 것이 인권위 관계자의 말입니다.

오늘 인권위 결정을 계기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비합리적 차별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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