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임종헌 지시 부담"
핵심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는 바 없다"

[법률방송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열린 오늘 재판에서 현직 법관이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앵커 브리핑’ 오늘(2일)은 ‘기억’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 첫 증인으로 나온 현직 법관은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현직 법관의 증인 출석은 오늘이 처음이고 정다주 부장판사 개인적으로도 법대 위 판사석이 아닌 증인석에 앉은 건 오늘이 처음일 겁니다.

정다주 부장판사는 2013년∼2015년 사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며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각종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자신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의혹으로 감봉 5개월의 징계를 받은 정다주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따르며 부담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정다주 부장판사는 먼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 임종헌 전 차장 지시로 각계 동향 보고서를 파악해 작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판결 선고 후 민정라인을 통해 취지가 잘 전달됐다",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 입장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해하려 노력한 것으로 본다" 는 등의 청와대 반응이 담겼습니다.

대법원이 청와대 입맛에 맞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고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가 이에 흡족해했다는 식의 보고서를 만들어 올린 겁니다. 

정다주 부장판사는 다만 보고서에 담긴 청와대 반응에 대해 "제가 직접 청와대 근무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며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사법농단 사태가 드러난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위시해 참 많이 듣는 말입니다.

정다주 부장판사는 이 외에도 임종헌 전 차장 지시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한 국회 동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한 보고서 작성 사실 등도 시인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중 '결재'란이 없는 보고서의 경우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등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도 정다주 부장판사는 "관련 문건을 제가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것을 당연한 업무로 여기고 수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뭐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지 불명확한데 아무튼 또 되풀이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임 전 차장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던 다른 심의관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다주 부장판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임 전 차장 개인으로 인한 부담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알지 못한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정다주 부장판사는 재직 당시 작성한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업무 이관 방안 관련 문건에 대해서도 “다른 문건에 나온 비서실 판사의 업무를 기재한 것이라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고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알지 못한다. 참 한결 같습니다. 정말 기억나지 않아서, 정말 알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걸 수도 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데, 알지 못한다는데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요.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