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평균 산재 인정 과로사만 270명, 과로사 공화국... 실제론 더 많아”
"특수고용노동자는 관련 통계도 없어...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폐기해야”

[법률방송뉴스] 이번 달부터 우선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주 5일 기준 52시간 이내 근무가 의무화됐습니다.

이 주당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 있는데 바로 일정 시간 몰아서 근무하고 초과 근무를 한 만큼 쉬게 하는 ‘탄력근무제’입니다. 

이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 실시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과로사의 합법화’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심층리포트’, 김태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2일) 오전 국회 앞, 건강권실현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과로사 OUT 대책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기자 회견이 열렸습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사 합법화’로 관련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입니다.  

[송은희 간사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더 이상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도록 일하다 죽어 나가야 하는가. 주 52시간제 무력화를 위한 재벌 대기업의 청부 입법인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법안 심의를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폐기하라.”

이들이 문제 삼는 법안은 근로기준법 제51조 탄력근로제 조항입니다.

현행법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기준으로 주당, 52시간, 하루 기준 1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탄력근무제를 적용하면 예를 들어 한 주에 70시간을 일하고 다음 주엔 34시간만 일하는 식으로 주 52시간 이내 근무를 맞출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 탄력근로제 운영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3개월 초과 탄력근무제’ 조항을 신설해 최대 6개월까지 탄력근무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겁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6개월이 아닌 1년까지 탄력근로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용주 입장에선 일감이 많을 땐 밤새워 일을 시키고 일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을 땐 직원들을 쉬게 하는 방식으로 직원  추가 고용 없이 말 그대로 ‘탄력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근로자 입장에선 이른바 ‘압축노동’의 고생문이 열리는 겁니다.

[천지선 변호사 / 민변 노동위원회]
“탄력근로제는 주당 64시간 이상 최장 80시간까지의 장시간 노동 뿐 아니라 휴일 없는 연속 노동도, 하루 20시간 이상의 연속근로와 24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압축노동도 허용한다. 압축 노동에 시달리다 과로사하거나 과로 자살하는 일도...”

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1일 11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8시간 일하는 노동자에 비해 심근경색은 3배 이상, 당뇨병은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한 해 평균 산재로 인정된 과로사만 270명에 달하는 ‘과로사 공화국’입니다.

교사나 공무원, 군인 등 별도의 연금공단이 있는 경우와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과로사까지 감안하면 실제 과로사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택배기사 등 250만 명 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과로사는 통계조차 없습니다. 

[장향순 / ‘과로 자살’ 고 장향미 언니]
“회사는 버젓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동생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였고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노동지청은 당시 저와 제 동생의 긴급한 근로감독 요청을 무시하며...”          

이런 반발을 감안해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수정안은 하루 1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했을 경우 다음날 11시간 휴식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 오늘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저녁 6시까지 20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했을 경우 어차피 집에 가서 자고 그 다음날 9시 출근하면 11시간 휴식 아닌 휴식이 보장된다는 지적입니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실 그렇게 일하게 되면 과로사나 과로 자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그런 법을 한정애 의원이 그동안 노동자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왔던 사람이 대표 발의를 하니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죠.”   

유연한 근무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노동자의 과다한 업무로 돌아오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게 참가자들의 말입니다. 

이로 인한 과로사 등 문제를 막기 위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법률방송 김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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