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만취로 항거불능... 준강간 혐의 유죄”
2심 "만취 상태 아냐... 준강간 미수만 유죄
대법 "항거불능 상태로 착각... 불능미수 해당"

[법률방송뉴스=신새아 앵커] ‘이호영 변호사의 뉴스와 법’, 오늘(29일)은 준강간죄 미수 얘기해보겠습니다. 어제(28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죠.

[이호영 변호사] 네. 이게 참 충격적인 사건인데 25살 상근예비역이 자신의 집에서 아내의 친구를 성폭행 사건입니다. 아내의 친구를 성폭행한 박모씨에 대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준강간죄의 미수 부분이 유죄다’라고 최종판결을 했습니다.

[앵커] 준강간죄, 우리가 흔히 아는 강간죄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호영 변호사] 준강간죄라는 것은 이제 형법 299조에 나오는데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자에 대해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일반적으로 강간죄라고 하면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서 사람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든 다음에 그리고 나서 간음을 하면 강간죄가 되는 것이고요. 이런 폭행 협박이 필요 없이 술에 만취됐다든지 아니면 약물에 취했다든지 아니면 수술상태라고 해서 원천적으로 항거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나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의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하는 경우에는 준강간죄로 해서 역시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만취한 아내 친구를 상대로 성관계를 가졌는데 준강간죄가 아닌 준강간죄 미수로 판단이 된 겁니까.

[이호영 변호사] 이것을 설명 드리려면 어제 나온 건 대법원 판결인데 1심과 2심 판결을 먼저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심 같은 경우는 최초로 피고인에 대해서 공소제기가 된 것은 강간 혐의와 준강간 혐의로 기소가 됐어요.

그래서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준강간죄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 됐는데 이에 대해서 피고인이 항소를 했습니다. 2심에서는 공소가 추가 됐습니다. 피고인이 준강간 부분에 대해서도 '화간'이라며 무죄를 다투다 보니까 군 검찰이 아마 준강간죄에 대해서 혹시라도 기존에 유죄 선고됐던 게 파기될 가능성이 보이니 준강간죄 미수를 공소장에 추가를 했고요. 이것을 이제 법원에서 인정을 해줘서 심리가 이뤄졌습니다.

결국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준강간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반면에 추가가 된 혐의 준강간 미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그랬더니 이에 대해서 또 피고인이 다시 상고를 해서 대법원에서 따져본 건데 따져보니까 결국 준강간 미수는 인정이 되더라고 인정이 된 것입니다. 준강간 미수라는 게 왜 인정이 됐냐면 준강간이라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심신 상실,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서 어떤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그런 범죄입니다. 이 사건을 살펴보니 재판 중에서 피해자에 대한 증인 신문이 있었겠죠. 피해자가 진술하는 것이 "내가 그 당시에 술을 많이 마셨던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신을 잃었던 건 아니다" 그러니까 항고불능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 반면에 가해자 같은 경우 '피해자가 술에 만취돼서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것이다'라고 착각을 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가해자의 심리상태를 보면 준강간을 하려고 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준강간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이미 빠져있어야 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술은 마셨지만 정신은 완전히 잃지는 않았던 그러한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준강간죄가 애초부터 성립할 수가 없고 예비적으로 준강간 미수죄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게 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논의가 됐습니다.

대법관 다수 의견은 이렇게 술은 마셨지만 실제로 정신을 잃지는 아니하였던 경우, 준강간의 고의가 있다 하더라도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던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준강간은 아니지만 준강간의 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그게 맞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미수범 법적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이호영 변호사] 원칙적으로 어떠한 결과가 발생 하지 못한 미수의 경우, 장애 미수 또는 불능미수 이런 어떤 실행의 착수는 있었지만 결과 발생이 되지 않는 이런 미수범 같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처벌하지 않되 예외적으로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처럼 준강간죄 같은 경우는 보면 형법 299조에 준강간죄의 처벌 규정이 있고, 그 다음에 300조에 보면 29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해서 미수범 처벌 규정이 300조에 있습니다. 그래서 준강간죄의 미수범은 처벌이 되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관련 규정으로서 이렇게 불능미수, 불능미수에 대한 어떤 처벌 규정은 우리 형법 27조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27조에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서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처벌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대법원 다수 의견에 따르면 피해자가 비록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는 아니었다. 따라서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준강간죄가 성립하기에는 좀 불가능한 어떤 그런 상황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일반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피해자가 술을 먹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이것은 항거불능 상태라고 오인할 여지가 충분하다.

또 이러한 경우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이건 충분히 위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준강간죄의 불능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례다 이렇게 본 것입니다.

[앵커] 지금 얘기를 듣다보니까 재판부 의견에서 '준강간죄 불능미수가 성립된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요. 이 불능미수가 정확히 어떤 건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이호영 변호사] 예를 들어서 만약에 흔히 말하는 쥐약을 통해서 사람을 살해한다, 이런 게 대표적인 불능미수거든요.

일반인들은 쥐약을 먹으면 사람을 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과학적으로 보면 쥐약을 가지고 사람을 살해하려면 엄청나게 많이 먹여야 되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쥐약을 많이 마시지 않는 한은 사람을 죽일 수 없는데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지금 이 사건처럼 착각을 했다고 칩시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봤을 때 한 번에 그러한 정도의 쥐약을 줘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결과 발생의 가능성은 없는데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쥐약을 투여하는 행위 자체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위험성이 있는 거기 때문에 불능 미수로 처벌을 한다. 이런 게 바로 불능미수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변호사님께서는 이번 판결 어떻게 보십니까.

[이호영 변호사] 이 판결에서 다수 의견에 반대해서 소수 의견은 이런 의견을 얘기했습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실제로 피해자가 술은 마셨지만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인지 아닌지는 어떤 사실의 문제다.

그 사실에 근거해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준강간의 유죄가 되는 거고 그게 아니다라고 하면 준강간의 무죄를 선고하면 될 것이지 이렇게 준강간 미수로 하는 것은 이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라는 어떤 반대 의견도 있었는데 제가 봤을 때도 준강간 미수가 성립한다는 다수 의견이 좀 타당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네. 좀 미수에 그쳤어도 처벌은 무겁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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