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정(通情)의 사전적 의미, ‘마음을 주고받다' '남녀가 정을 통하다’
'통정한', 민법에선 '서로 짜고 한' 의미... 사전적 의미와 전혀 달라

[법률방송뉴스] ‘통정(通情)하다’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의미가 떠오르시나요.

씨익 웃는 분들은 뭔가 야한 뜻, 남녀간의 성적인 어떤 관계를 떠올리셨을 법도 한데요.

우리 민법에 이 ‘통정하다’ 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남녀가 정을 통하다’ 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6일)은 '통정'입니다.

[리포트]

주가 조작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 ‘조작’입니다.

“너 통정거래라고 아냐?” “들어봤지.”
“들어본 거랑 해본 거랑은 다르지.”

‘통정거래’(通情去來)는 주식을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시장을 속여서 주가를 올려 부당이득을 취하는 주가 조작, 이른바 ‘작전’의 한 방법입니다.

이 통정(通情)이라는 말이 우리 민법에도 나옵니다.

민법 제108조 “상대방과 통정(通情)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조항입니다.

통정(通情), ‘통할 통(通)’ 자에 ‘뜻 정(情)’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정을 통하다’라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서로 마음을 주고받다’, ‘남녀가 정을 통하다’ 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관련 어휘도 야합, 사통, 간음 등 주로 성적인 의미의 단어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통정하다’ 하면 ‘정을 통하다’라는 뜻으로 알거나 아니면 잘 모르거나, 대부분 두 경우입니다.

[이진욱(48) / 서울 강남구]
“(통정하다가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정을 통하다.”

[천세민(22) / 서울 동대문구]
“(통정.) 잘 모르겠어요.”

[이솔기(24) / 서울 동대문구]
“통정하다요? 통정하다... 통정하다? 뭔가 으하하하... 통정하다, 뭔가 통제하다 이런 느낌?”

민법 조항에 나와 있는 “상대방과 통정(通情)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를 국어사전 풀이에 맞춰 대입하면, “상대방과 정을 통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황당한 문장이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통정한’ 은 ‘서로 짜고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민법 조항은 “상대방과 미리 짜고 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는 뜻입니다. 

‘통정’ 보다는 ‘미리 짜고 한’이 훨씬 쉽고 명확합니다.

[노주희 변호사 /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통정 허위표시는 상대방과 짜고 하는 가짜 행위를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일반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통정이나 허위의 표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고요.”

실제 시민들도 ‘통정한’ 대신 ‘미리 짜고 한’ 이라고 해당 민법 조항을 바꿔서 일러주자 쉽게 이해를 합니다.

[조원태(27) / 인천 남동구]
“상대방과 서로 짜고 치고 한 허위사실의 위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너무나도 쉽게 이해가 되고 있습니다."

통정(通情), ‘정을 통하다’가 ‘서로 짜고 하는’ 이라는 기상천외한 뜻으로 쓰이는 ‘그들만의 법률 용어’,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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