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동석 윤지오 '13번째 증언' 책 펴내
"같은 증언을 반복했지만 결실은 없었다"
검찰 과거사위, 이달 말 재조사 결과 발표

[법률방송뉴스] 2019년 3월 7일 오늘은 배우 고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꼭 10년째 되는 날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2009년 3월 7일 당시 만 29살이던 장자연씨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됩니다.

27살에 모 제과회사 CF로 늦깎이 데뷔를 해서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려가던 데뷔 3년차 신인 여배우의 죽음.

여느 연예인의 자살처럼 ‘그런가 보다’ 했던 장자연의 자살은 그러나 생전에 장자연이 쓴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며 일대 사건으로 비화합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입니다.

문건 내용은 ‘그 세계가 그렇지’ 그러려니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를 노리개 삼아 오라, 가라, 벗어라. 나를 노리개 취급하고 사기치고 내 몸을 빼앗았다”,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일이 잘 되게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꾀어서 내 몸에 개 같은 짓 다하고“,

“김 사장 아는 사람들은 모두가 악마, 악마들이야, 악마들. 그것도 완전 미친 악마 그런 거...”

이런 내용들입니다.

경찰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해 27곳을 압수수색하고 118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경찰은 그리고 유서에 언급됐던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용의자를 12명으로 특정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조선일보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아니고 요즘 또 한참 시끄러운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이라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방 사장’은 단 한 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고 내린 결정입니다.

용두사미 경찰 수사는 그나마 검찰에선 더 걸레가 돼서 검찰은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단 2명만 폭행과 협박 등 혐의로 기소하고 끝냈습니다.

한 여배우가 자신의 죽음으로 외쳤던 ‘지옥’ 같았다던 성상납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유서가 되어버린 장자연 문건, 장자연 리스트는 잊혀지지도 깨끗이 정리되지도 않고 지난 10년간 유령처럼 대한민국을 배회하며 떠돌았습니다.

변화의 단초가 생긴 건 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물결을 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부터입니다.

해당 청원엔 23만명 넘게 동참했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착수로 이어졌습니다.

"일관성이 있는 핵심 목격자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미진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 과거사위의 판단입니다.

‘일관성 있는 핵심 목격자’, 접대 술자리에 동석했던 윤지오씨는 술자리에서 장자연씨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등에 대한 자신의 진술이 묻히는 걸 보고 “무서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이기도 한 윤씨는 최근 장자연 사건 그 후,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담은 ‘13번째 증언’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윤씨는 장자연 문건에 대해 “마지막 두 장에는 이름이 쭉 나열돼 있었다. 족히 40~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것은 자연 언니가 누군가에게, 어떤 일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 같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내용증명서로 생각됐다”, “10여 차례 수사기관에서 같은 증언을 반복했지만 결실은 없었다"고 윤씨는 적고 있습니다.

한 배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악마’ 같았다던 성상납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웬만한 공소시효는 다 지나 법적인 처벌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 10년간 한국사회를 끈적거리게 짓눌러왔던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과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 ‘장자연 리스트’라는 유령을 이제 그만 묻어줄 때도,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한참 전에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달 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발표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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