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오늘(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안 전 지사는 오늘 판결에 대해 “할 말 없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히고 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판결 사유 등을 유재광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보라색 목도리를 하고 항소심 선고공판에 나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표정은 딱딱했고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들 사이에선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뭔가 안 좋은 쪽으로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추측은 현실이 됐습니다.

안 전 지사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받는 성폭력 혐의 10개 가운데 9개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유죄 판결이 나지 않은 1개의 혐의는 검찰이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사실상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강제추행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먼저 핵심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고 행사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업무상 위력이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 전제 위에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다.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내용도 당시 오간 말과 행동 등 상황과 당시의 감정 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성폭행 다음 날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아다니고 이모티콘을 보내는 등 성폭행 피해자라고 보기 힘든 행동을 보였다는 안 전 지사 측 주장도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평소 피해자가 이모티콘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 모습이 실제 간음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거꾸로 이런 식의 ‘피해자다움’을 언급한 안 전 지사측의 재판 전술은 양형 산정에 독이 됐습니다.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하며 검찰 구형량 4년을 거의 그대로 깎지 않고 받아들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겁니다.

"피해자가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을 찾기 어렵다.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호감이 형성돼 성관계가 있었을 뿐이라며 도의적·정치적 책임 외에 법적 책임은 질 이유가 없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죄질이 불량하다"는 것이 안 전 지사를 향한 재판부의 질타입니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안 전 지사의 표정은 납덩어리처럼 굳어져 갔습니다.

오늘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서울고법 형사12부 홍동기 부장판사는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장의 입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연이어 지냈습니다. 

홍 부장판사는 그리고 지난 달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 고위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오는 14일 대법원장의 핵심 수족이자 대법원 핵심 요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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