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A대학에 징계 처분 취소... B대학에 시설 대관 허용 등 권고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에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에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건학이념을 이유로 성소수자 관련 학내 강연회 등을 불허한 대학에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건학이념 등을 이유로 '대학 내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대관을 불허한 진정 사건'에 대해 각각 집회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로 판단하고 해당 대학에 처분 취소 등 권고를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를 불허하고 학생을 무기정학 및 특별지도 처분한 A대학에 대해서는 해당 총장에게 처분 취소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영화제 개최 시 성소수자 주제 영화 상영을 위한 대관 신청을 불허한 B대학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 총장에게 향후 시설 대관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 2017년 A대학 학생자치단체는 대학 내에서 개최한 '흡혈사회에서 환대로,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회에 대해 학교 측이 불허를 통보하고 관계자들을 부당하게 징계 처분한 것은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A대학 측은 건학이념에 비춰 학내에서 동성애, 성매매 등에 관한 강연회는 기독교 신앙에 어긋나 대학에 부여된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개최를 불허하거나 장소 대관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연회에서 표현하고자 한 내용 모두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학생단체등록과 활동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강연회 개최 불허 통보는 집회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무기정학 또는 특별지도 조치는 학칙이 아닌 별도 규정에 의한 조치이거나 이의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A대학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 운영의 자유 등을 보장받는 종교 사학이라 하더라도 공공성이 전제된 교육기관이므로,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범위 내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A대학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피해 학생들의 피해 정도가 심하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등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고, 향후 대학 내 학교 구성원들의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피해 학생들의 법익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대학의 경우는 총여학생회장과 성소수자 모임 대표가 2015년 인권영화제 개최 시 학교 측이 성소수자를 주제로 하는 영화 상영이 설립 이념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하고 향후 개최 불허를 통보하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B대학 측은 성소수자 관련 영화 상영은 건학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행사가 진행되면 반대 단체 집회 등 학내 혼란이 야기돼 허용할 수 없고, 대관이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대학에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장애인,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록 기독교인들 중에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를 반대하더라도 모든 기독교인들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은 입시요강이나 학칙 등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학생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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