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이번엔 사표 받아들이실 것"
김명수 대법원장, 안 처장 사퇴 질문에 '묵묵부답'

[법률방송뉴스] 우리 대법원이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사퇴 문제가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사퇴설이 불거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오늘(3일) 오전 출근길에 입장을 밝혔습니다. 넉 자로 압축하면 “사퇴한다”입니다.

오전 9시 4분쯤 안 처장의 출근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안 처장은 "법관은 재판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 재판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처장은 대법관이지만 재판 업무엔 종사하지 않고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 업무만 담당합니다. 안 처장의 저 말은 “행정처장을 그만두겠다”는 뜻의 수사적 표현입니다.

안 처장은 그러면서 "제가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이젠 해도 바뀌고 해서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고 하니 이번엔 받아들이실 것으로 생각한다.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사권자인 김 대법원장의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2인자'인 안 처장이 스스로 자신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두 가지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일단 통상 2년 정도씩 맡는 법원행정처장을 만 1년도 안 돼 그만둔다는 점입니다. 안 처장은 지난해 2월 김소영 처장 후임으로 부임한 바 있습니다.  
   
사퇴 발표가 나오게 된 경위도 법원 공식 통로가 아닌 특정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언론이 이를 안 처장에게 확인하는 형식으로 사퇴가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내용과 형식 모두 통상의 경우와는 사뭇 다릅니다. 안 처장의 사퇴를 두고 김 대법원장과 안 처장의 갈등설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관련해서 안 처장은 특별조사단 단장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파문을 조사한 뒤 지난해 5월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의 말이 무색하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안 처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 단기간에 수술해 환자를 살린다”며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바로 어제 새해 시무식에서 "현재 겪는 어려움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법부 넘버1와 넘버2가 다른 인식 위에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겁니다. 함께 갈 수 없다면, 김 대법원장이 나갈 수는 없고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안 처장은 오늘 출근길에서 “김 대법원장과 큰 방향에서의 입장은 다를 바가 없다”,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분이시기 때문에 저하고 세부적인 의견 차이를 갈등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작은 방향에서의 입장’은 어땠는지 궁금하고, 적어도 '세부적인 의견 차이'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무식에서 김 대법원장은 “화합하지만 다 같이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법원 가족들에  '부동이화'(不同而和), “서로 다르지만 화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불거진 안 처장의 사퇴 논란. 이래저래 부동이화를 말한 김 대법원장이 좀 무색하게 됐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 출근길에 안 처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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