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제주 4.3사건 ‘공소기각’ 구형은 통렬한 반성”
“대법 전합 무죄 판결, 종교적 병역 거부 오해 풀렸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 누군가 반드시 책임져야”

[법률방송뉴스] 종교적 병역거부 없는 병역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제주 4.3사건 재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죄 구형, 그리고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사건.

올 한해 우리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인데요. 이 3가지 사건 재판에 모두 연관된 변호사가 있습니다.  

2018년 법률방송 송년 인터뷰, 성탄 전야인 오늘(24일)은 ‘평화 연구가'를 자청하는 변호사 임재성 변호사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으로 간 게, 산으로 간 식구가 있는 게, 그냥 제주 사람인 게 ‘죄’가 됐습니다.

정부 공식 발표로 확인된 것만 당시 제주도민의 10분의 1인 2만 5천명 이상이 희생됐습니다. 

방화와 살인, 강간. 그럼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십년동안 침묵해야 했습니다.

해방과 6.25 사이, 그 극심한 좌우대립 속에서 벌어진 제주 4.3 사건입니다.

지난 2016년, 임재성 변호사는 그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만납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죽기 전에 재판 좀 받게 해 달라’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받고 죽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얘기를 해주셨어요. 내가 죄가 없다는 것을 먼저 확인 받고 싶다...”

법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사유로 한 손해배상 민사소송, 하지만 18명의 살아남은 피해자들과 임재성 변호사는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빨갱이라며 법원에서 선고받은 유죄 확정판결을 뒤집는 재심의 길을 택한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 양승태 사법부, 4·3 재심은 개시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아마 제주지방법원에서도 이것을 쉽게 재심 공판절차를 안 열어 주시더라구요. 국가기록원, 국방부, 법무부, 심지어 어느 개별 부대까지 특정을 해서 혹시 부대가 갖고 있는 기록, 정보가 있는 지에 대해서 조회들을 했는데 모두 회신이 돌아오지 않았구요. 그랬던 시간이 한 1년 정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가까스로 시작된 재심 개시절차.

그리고 지난 17일 열린 결심 공판, 검찰은 공소기각 판결을 구형했습니다.  

공소기각 구형, 검찰과 법원이 저질렀던 과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는 것이 임재성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당시에 너무 엉성하게 조사가 됐고 불법구금에 의한 허위자백 밖에는 사실 증거가 없는 재판이었기 때문에 저는 검사가 무죄 구형을 하는 것보다 더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는 당시 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구형이었다고 보는데요.”  

올 한 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종교적 병역거부 소송도 임재성 변호사가 담당했던 소송의 하나입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상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 임재성 변호사는 “오해가 풀렸다”고 말합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오해도 풀린 거죠. 이 사람들이 면제를 주장하는 게 아니구나, 특혜를 주장하는 게 아니구나. 일종의 ‘병역 기피’와 ‘병역 거부’를 조금 구분할 수 있는 마음, 판단들이...” 

나아가 앞으로 도입될 대체복무제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과 차별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소신입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대체복무제가) 또 이 사람들에 대한 처벌과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저는 여전히 이 병역거부자들을 차별하고 처별하고 싶은 한국사회의 마음이 대체복무제의 방식으로 좀 구현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어요.” 

또 다른 법조계 뜨거운 감자였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대법원의 최종 승소 확정 판결, 임 변호사는 이 소송에도 참여해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이겼지만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돌아가신 원고 분의 아내 분, 돌아가신 원고 분의 자식들이 그 법정에 참여를 하셨었는데, 슬프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분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죽기 전에 보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두고 재판거래 소송 지연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임 변호사는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우시기도 하시고 또 이 판결문 우리 아버지 납골당에,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곳에 갖다 드리고 싶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고요. 씁쓸하죠. 저는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이 부정한 방식으로 그렇게 재판을 고의적으로 지연했다면...”   

제주 4·3 사건 재심과 종교적 병역 거부 사건, 강제징용 손배소송, 여기에 베트남 전쟁 민간인 피해사건 특별법 발표 등 별로 돈 안 될 것 같은 분야에 대한 끝없는 오지랖의 근원이 궁금해졌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제가 대학교 3학년 때가 이제 9·11 테러가 있었던 2001년이었습니다.  이라크 전쟁 파병 반대 운동을 참 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평화운동, 평화연구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

그 이후 임재성 변호사의 삶과 인생을 관통하는 단어는 줄곧 ‘평화’였습니다.

4.3사건도, 강제징용도, 종교적 병역거부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 조사도 모두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에 만난 필연들입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결국 폭력의 문제, 전쟁의 문제에서 법이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더라고요. 전쟁과 폭력을 법률가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고 또 기억하게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2018년은 수십년간 준비해 온 것들이 결실을 맺는 해였다는 임재성 변호사에게 2019년 계획을 물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 법무법인 해마루] 
“아마 2019년은 2018년에 난 어떻게 보면 선구적인 결정들, 선구적인 판결들을 통해서 확인된 권리와 책임들을 이제 다른 사람들도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도 책임을 묻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껏 해온 일은 이제 시작일 뿐, 평화 연구가로서, 변호사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자 ‘해야 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는 말로 임재성 변호사는 인터뷰를 마무리 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