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취임일성 "법원행정처 개혁"... 이후 발언과 스탠스 미묘하게 달라져
판사 블랙리스트, 재판거래, 특별재판부, 검찰 수사에 작심발언 이어져

[법률방송뉴스] 모레(6일) 박병대·고영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립니다.

'헌정 사상 초유'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불러온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파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말로 김명수 사법부의 지난 1년을 뒤돌아 봤습니다. 

'카드로 읽는 법조', 김정래 기자입니다. 

[리포트]

“사법행정이 현재 법원 위기의 진앙이다. 그동안의 잘잘못을 가려내어 고칠 것은 고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겠다.”

지난 2월 1일 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의 취임 일성은 선명하고 확실했습니다.                         

‘법원행정처 개혁’, 이 일곱 글자로 압축됩니다. 

지난 3월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한 안 처장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변함없는 사법부 개혁에 대한 소신을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안 처장의 스탠스와 발언은 이후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문서는 발견되었지만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5월 31일 사법농단 의혹 진상규명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에서 안 처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판사 동향은 파악했지만 블랙리스트는 아닌 것 같다."

왠지 이런 말이 연상됩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안 처장은 더 나아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검찰 수사에 딱 선을 긋습니다. 

"범죄가 되지 않는다."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거래라는 말은 30년 이상 법관으로 재직하며 처음 듣는다“, “재판거래는 실제로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 “재판거래를 인정할 자료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 ‘재판거래는 없었다’는 확신과 단정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는 일제 강제징용 손배소송 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정황들.

"법관이 법관으로서 자격을 갖고 있는 이상,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 이런 근거는 없다."

안 처장은 이번엔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재판부 설치 반대 목소리를 냅니다. 

법원이 재판거래를 했다는 혐의와 의혹, 법원이 스스로를 재판할 자격을 잃었으니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재판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법부 독립을 흔드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게 안 처장의 주장입니다. 

안 처장은 그리고 그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엔 아무런 입장 표명을 안 하고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선 날선 작심발언을 쏟아 냅니다.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게 명의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 하더라도 해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그것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거래 의혹 검찰 수사에 대한 에두른 듯하지만 ‘확실한’ 입장 표명.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달 30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한 안 처장은 법원행정처 개혁안 제출이 늦어지는데 대해 “건물 설계를 전면 개편하려면 입주자 말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건물’은 사법부, ‘입주자’는 판사들을 말합니다. 

지난 열 달 동안은 뭐하다 이제 입주자 말을 들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열 달 전엔 “사법행정이 현재 법원 위기의 진앙”이라며 “고치겠다"더니, 이제 “건물 설계 바꾸려면 입주자 말도 들어봐야 한다”는 안철상 처장.

법원 개혁을 다룰 국회 사개특위는 이달 말 종료됩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왠지 이런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니길 바라봅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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