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종손녀 813등→4등 합격... 간부 4명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윤종규 회장 "성적 조작 모른다"... 검찰 "관련성 찾기 어렵다"며 불기소
국민은행 노조 "내일부터 대검 앞 윤 회장 수사 촉구 무기한 1인 시위"
짠 듯이 판박이 ‘은행 채용비리’... 신한·하나·우리은행 줄줄이 재판 중

[법률방송뉴스] 요즘 법원에선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 채용 비리 관련한 재판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내일(30일)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검찰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KB국민은행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은행 채용비리 사태 면죄부 사례 선구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김정래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KB국민은행 노조가 윤종규 KE금융지주 회장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며 서울고검에 제출한 ‘재항고장’입니다.

재항고 취지는 윤종규 회장이 은행업무를 방해하고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어겼다는 내용입니다.

사건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종규 회장 친누나의 손녀, 그러니까 윤 회장 종손녀가 KB국민은행 신입직원 채용에 지원합니다.

1차 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을 한 윤 회장의 종손녀는 그러나 마지막 3차에선 4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최종 합격합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점수조작 등 채용비리가 더 있었다고 보고 김 모 인력본부장, 권 모 인력지원부장, 오 모 채용팀장 등 채용 라인에 있던 실무 간부 4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합니다.  

그러나 정작 813등에서 4등으로 성적이 수직 상승해 합격한 종손녀를 둔 윤종규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쏙 빠집니다.

윤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청탁지원자들의 명단을 채용팀에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였고, 성적을 조작하면서까지 합격시키라는 취지가 아니었으며 성적을 조작한 사실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검찰은 윤 회장의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법조계에선 ‘소가 웃을 일’이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옵니다.

[이헌욱 변호사 /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회사의 일반적인 그런 의사결정이 실무자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특히 채용의사 결정이 이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사실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저희는 그렇게 보는 것이죠. (검찰이) 수사를 더 열심히 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사실상 최고위층의 지시로 간주하지 않았다면 일선 간부들이 뭣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뒀겠냐는 지적입니다. 

실제 검찰에 기소된 인력본부장 등은 모두 지난 달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서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채용비리에 대한 이런 꼬리 자르기식 기소와 처벌은 지난달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은재 / 자유한국당 의원]
"음주운전으로 사고 낸 사람이 술을 먹었는데 운전을 안했다고 변명하는 거, 뭐가 다른가요. 오히려 윤회장 지시에 따라서 명단을 전달하고 증손녀 합격을 기획한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하고 상무로 승진하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에 따라 국민은행 노조는 내일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서 윤종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1인시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류제강 / KB국민은행 노조 수석 부위원장]
"금융기관 채용비리 사태에 있어서 타 금융기관에서도 윤종규 회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금융기관 채용비리가 근절될 수 없습니다."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유사한 취지 검찰 진술로 법망을 피해 갔고,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도 모두 “결과만 알려달라고 했지. 채용비리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논리로 재판에 임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내일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종규 회장에 대한 불기소 면죄부를 철회하고, 철저한 재수사에 돌입해야한다고 촉구할 예정입니다. 

법률방송 김정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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