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 재판권 침해"... 둘째 "전례 만들어지면 관례 된다"
셋째 "특별재판부 설치한다 해도 대법원 선고, 헌재 위헌 판단은 누가 하나"
"제척·기피·회피제도와 재배당제도 활용할 수 있어"... 대법원 "입장 검토 중"

[법률방송뉴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어제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겠다는 여야 4당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요. 오늘(2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반민특위 이후 70년 만의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 과연 논란의 대상이자 당사자인 법원 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어제 4당 기자회견]
“사법농단 수사 진행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오늘 원내대책회의]
“자신들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멀쩡히 놔두고,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면서 특별재판부를 만들어달라고...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

정치권의 원색적인 말싸움은 제쳐두더라도, 과연 사법부 구성원들, 재판을 책임지고 있는 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법률방송 취재 결과, 판사들은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을 초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우려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첫번째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 재판권 침해’입니다.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는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외부 기관에서 결정하는 셈이 되는데,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의 재판권을 위임한 헌법 규정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 법원 B 부장판사는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이 재판 독립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외부 기관에 의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두번째, ‘특별재판부 구성이라는 전례가 만들어지면 관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지워지지 않고, 결국 사회적 분란을 초래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A 부장판사는 “한 번 전례를 만들면 이후 사법부 신뢰를 못한다고 할 때마다 비슷한 형태의 특별법이 제정돼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C 판사는 “우리나라 최종 분쟁 해결기관인 사법부 자체가 엄청나게 흔들리고, 결국 사회적 갈등이나 분쟁을, 신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부재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 피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세번째, 특별재판부가 설치된다고 가정해도 특별재판부가 맡는 1, 2심 후 ‘대법원 선고나 헌재 위헌심판이 제기됐을 때는 어떻게 재판 진행을 하느냐‘ 하는 절차적인,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D 변호사는 “만약 사건이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 올라가면, 그때마다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하는 거냐”며 “피고인이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하면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라고 실질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편, 법관이 아닌 인사들로 구성되는 특별재판부까지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 역시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판사도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E 판사는 “법관으로만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 세계 공통되는 조건은 아니다”라면서 “구성을 다양화 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다, 라고 볼 수 없는데, 우리 헌법과의 합치 여부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기존의 법 테두리 안에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방식도 제안됐습니다. 사건 ‘제척·기피·회피제도’와 법원의 사건 ‘재배당 제도’입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
“(특별재판부 설치를) 신중하게 할 필요는 있고요. 지금 제도에서도 제척·기피 제도가 있습니다. 서로 이해관계 충돌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들은 못하게 하는, 그 제도도 활성화하는 방안도...”

이와 관련 대법원 측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입장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대법원 관계자]
"특별재판부가 재판의 독립과 관련해서 여러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입장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법이 힘이 있을 때 국민은 강해진다"는 법언이 있습니다.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할 곳은, 법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말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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