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판사’ 된 박보영 전 대법관... 흠모하고 박수 보낼 수만은 없는 이유

[법률방송뉴스]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판사로 갑니다.

대법관 출신 ‘시골판사’, 퇴임한 대법관이 일선 시군 판사로 다시 임용된 건 우리 사법사상 박보영 전 대법관이 처음입니다.

오늘(29일) ‘앵커 브리핑’은 대법관과 시골판사, ‘재판에 대한 신뢰’ 얘기 해보겠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을 다음달 1일자로 ‘원로법관’에 임명하고 여수시법원 1심 3천만원 미만 소액 사건 전담 판사로 전보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법관이 전남 순천 출신임 점을 고려해 고향과 가까운 여수시법원으로 전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양대를 나온 박보영 전 대법관은 ‘비서울대’에 ‘싱글맘’ 출신이어서 지난 2012년 대법관 임명 당시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불교에 심취한 남편이 출가하면서 이혼해 세 자녀를 혼자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 대법관 퇴임 뒤에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사법연수원과 한양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습니다.

이후 지난 6월 재판업무 복귀를 희망하며 법원행정처에 시골판사로 임명해달라는 법관 지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라던 시골판사가 된데 대해 박 전 대법관은 오늘 대법원 공보실을 통해 “봉사하는 자세로 시법원 판사의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도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급심도 1심 재판을 더욱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박보영 전 대법관, 살아온 이력이나 대법관 이후 행보 등을 보면 ‘돈’에 연연하지 않는 등 ‘법관의 사표’가 될 만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언급한 “재판에 대한 신뢰” 관련해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2014년 11월 대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해고 절차상 하자와 경영상 긴박함이 없다, 해고는 부당하다’는 1·2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측 손을 들어줍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한가닥 기대와 희망을 속절없이 부수어 버린 판결, 양승태 대법원장이 발탁한 대법원 3부 주심 박보영 대법관의 판결입니다.

같은 해 8월 역시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노조원들의 업무방해 1·2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도 박보영 대법관입니다.

2016년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원고 승소 1·2심 판결을 뒤집고 배상청구를 기각시킨 이도 박보영 대법관입니다.

‘재심판결이 내려진 후 6개월 내에 소송을 내지 않았다’는 게 배상청구 기각사유였습니다.

그리고 박보영 대법관의 이 세 건의 판결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재판거래 ‘VIP' 보고 문건, ’국정에 협조한 사례‘로 그 이름을 올립니다.

이밖에 박보영 전 대법관은 지난 2013년엔 ‘삼성 뇌물 검사’ 명단을 폭로한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의원에게 유죄 확정판결을 내려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등 많은 ‘논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흔히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왔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가 본질적으로 그 판사가 어떤 판사인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재판거래’라는 암울하디 암울한 그림자와 ‘전관예우 타파’라는 빛.

박보영 전 대법관, 며칠 뒤면 ‘시골판사’가 되는 ‘박보영’ 이라는 이름 석자엔 우리 법원의 ‘빛과 그림자’가 너무도 선명하게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대법관 출신 시골판사의 탄생을 마냥 축복할 수많은 없는 우리 법원 현실이 많이 착잡하고 씁쓸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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