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부동산매매를 함에 있어 실제 거래가격보다 가격을 낮추어서 관공서에 신고하기 위해 소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보다 거래금액을 낮추어 신고함으로써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고,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이해관계가 합치되어 다운계약서작성이 그동안 부동산거래의 관행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거래가신고를 선호하는 측면, 탈세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비록 계약과정에서는 다운계약서작성에 합의하고도 막상 계약이행과정에서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도인의 부탁으로 일정금액 이하로 거래금액을 신고하기로 하고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이, 나중에 마음이 변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매도인은, 실제 거래금액 그대로 신고할 수밖에 없어, 당초 예상한 이상의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는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합의 위반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아니면, 절감할 수 있었던 세금 부분을 매수인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실무상으로 매우 흔하게 발생해왔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야 관련 대법원판결이 속속 선고되고 있습니다.

우선, 다운계약서작성 합의위반을 이유로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다운계약서를 통해 세금을 절감하지 않고는 매매계약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세금절감이 매매계약체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계약의 해제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이르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단순한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여 계약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해석됩니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27795호 판결).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다운계약서작성에 협조할 의무는 주된 매매계약에 대한 부수적인 의무로 해석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대법원 2015. 5. 28.선고 2014236410 위약금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안은, 매도인의 다운계약서 작성요구를 매수인이 받아들이기로 합의되었지만,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초 합의한 다운계약서 작성을 하지 못하겠다고 매수인이 태도를 돌변하게 되면서 매도인이 이전등기를 거부하게 되자,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위반을 이유로 한 매매대금반환 및 위약금지급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매수인이 다운계약서 작성합의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운계약서 작성은 매매계약에서 주된 채무가 아니라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수인이 이를 위반하더라도 매도인이 이전등기를 해야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한편, 다운계약서작성을 거부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어떻게 판단될 수 있을까요.

이 문제 역시 명백한 판단은 아직 없는 상태이지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가능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법에서 금지하는 탈세행위를 통하여 취하고자 하는 이득을 얻지 못하였다고 하여, 이를 재판상의 손해배상청구를 통해서 보호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재판을 통한 청구는, 법에서 보호될 수 있는 적법한 이익에 국한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일실이익산정에 있어 위법소득을 배제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와도 상통한다고 판단됩니다.

, 사립학교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 사망당시 유흥업소의 밴드원으로 전속출연하여 소득을 얻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득은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영리목적의 업무종사 금지규정에 위반한 것이어서, 밴드원활동에 따른 소득은 일실소득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는 판례의 태도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사, 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민법 396조에서 정한 과실상계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수는 대폭 적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밖에, 이러한 다운계약서약정행위 그 자체를 민법 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해석할 수 없는지도 논의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약정자체가 무효라고 한다면, 다운계약서작성을 합의한 후 이를 협조해 주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나 손해배상청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는 무효인 약정을 근거로 한 청구이기 때문이다.

반사회질서인지의 여부는 법률행위의 내용, 동기, 목적 등 주위사정에 따라 다소 해석에 유동적일 수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러한 약정자체가 반사회질서로서 무효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이는, 계약해제와 관련한 위 대법원판결들에서도 다운계약서를 함께 작성하기로 합의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보되, 다만 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논하고 있다는 점,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법률행위에 대해서 사법적으로는 유효하다고 판시한 그 밖의 다른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상속세 면탈목적의 제3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 실질은 매매이지만 양도소득세회피를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토지를 출자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 등).

결국, 위 대법원판결들의 핵심쟁점은 다운계약서 작성합의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부수적채무인지 여부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금회피를 도모하는 당사자간의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는 크게 보호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의 의지표명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게 되면, 다운계약서 작성합의는 덜 중요한 약속 정도로 치부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주제인 다운계약서 작성합의의 법적 구속력의 키포인트는, 매매계약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는 매매계약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주된 채무가 아니라 비중이 적은 부수적 채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다운계약서 작성 합의를 거부하거나 위반하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다운계약서 합의는 크게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니만큼, 다운계약서를 작성을 전제로 하는 매매계약도 삼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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