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00년 이어 압류 금지 공무원연급법 조항 "합헌" 결정
재판관 5명 "위헌" 의견... 위헌 정족수 6명에 1명 모자라
"합리적 제도 시급히 마련해야"... 헌재, 국회에 입법개선 권고

[법률방송뉴스] 보통 월급쟁이들이 돈을 빌리고 갚지 못 할 경우 채권자가 월급을 차압할 수 있다는 거는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요.

공무원연금 급여는 알고 계시는지 모르고 계신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어떤 경우에도 압류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인 아이 아버지가 아이 양육비를 안 주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오늘의 판결'은 공무원연금 급여 압류 얘기해보겠습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A씨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공무원인 아이 아버지와 헤어진 모양인데 아이 아버지가 주기로 한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에 A씨는 가정법원의 확정 결정을 근거로 아이 아버지의 공무원연금을 압류해 양육비를 지급받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연급법 제32조 ‘권리의 보호’ 조항 제 ①항은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A씨는 공무원연금법 해당 조항 때문에 재산권 등을 침해당했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 결정이 오늘 나왔는데 헌재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해당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4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5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해서, 위헌 결정이 더 많음에도 합헌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은 각각 이렇습니다. 

"공무원연금법 상의 급여는 퇴직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사적거래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않아 압류를 금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 합헌 결정 사유입니다.

반면 위헌 의견은 "양육비 채권의 금액은 수급권자 본인 등의 생계나 복리에 위해가 될 정도로 과다하게 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어렵다. 해당 공무원연금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자녀양육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지입니다. 

이진성·안창호·서기석·조용호·유남석 재판관 등 5명의 재판관이 이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표현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해 통상 양육비 정도는 압류를 해도 해당 공무원의 생계나 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양육비 같은 경우는 압류를 허가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0년에도 공무원염금법 해당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며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되지는 않더라도 헌법정신에 합당하지는 않다”며 입법개선 권고를 함께 내린 바 있습니다.

헌재는 오늘도 같은 취지로 해당 조항에 대한 입법개선을 다시 권고했습니다.

"위와 같은 결정이 선고된 뒤 18년이 지났지만,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균형 있게 조정할 규정은 여전히 입법되지 않았다" 

"입법자는 법원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형편 등 구체적 사정을 감안해 압류 제한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의 권고사항입니다.

헌재의 입법개선 권고는 헌법불합치 결정처럼 강제력이 발생하진 않습니다. 

18년 전에 헌재가 공무원연금 압류를 전면 금지한 법 조항 입법개선을 권고했음에도 지금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거꾸로 보면 헌재가 18년 만에 다시 입법개선을 권고했지만 이번에도 고쳐질지 말지 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이 양육비 떼어먹는 공무원들 봐주라고 해당 조항이 만들어진 건 분명 아닐 겁니다. 국회가 이런 건 좀 고쳐주면 안 되는 걸까요.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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