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재판거래 파문이 본격적인 검찰 수사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오늘 판결로 읽는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10조 얘기 해 보겠습니다.

유신헌법 긴급조치와 형사보상 얘기입니다.

A씨는 유신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8년 10월,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 150부를 등사해 배포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집니다.

1979년 5월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고 같은 해 8월 항소심은 징역 1년을 선고합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합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박정희 정권은 그해 10월 10·26사태가 터지면서 파국을 맞았고, 짧디짧은 ‘서울의 봄’을 만끽하던 1980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는 해제됩니다.

이에 대법원은 A씨에 대해 1,2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면소판결’을 내립니다.

면소판결은 무죄 선고가 아닌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가 부적당한 경우에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절차를 종결하는 걸 말합니다.

1988년 A씨가 사망한 뒤 A씨의 부인은 지난 2011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자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합니다.

긴급조치 자체가 위헌인데다 국가의 부당한 기소와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니 이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게 A씨 유족이 낸 낸 소송 취지입니다.

2013년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에 판결을 내립니다.

먼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입니다.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는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벗어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무효“ 라는 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긴급조치 제9호가 합헌이라는 197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등에 대해 “그밖에 이 사건 결정의 견해와 다른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폐기한다”고 선언합니다.  

한마디로 긴급조치 제9호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 명확하고 이와 다른 기존의 판례와 견해들은 모두 파기한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에따라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배되어 당초부터 무효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피고인이 구금을 당한 데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 책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아이러니 한 건 이런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이 다름 아닌 재판거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양 대법원장의 대법원이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긴급조치는 위헌·무효라고 판결하고 그에 따른 국가책임을 명확히 했으면서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법원은 자신들이 내린 전원합의체 판결을 번복하고 긴급조치에 대해 “고도의 정치행위이므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판결을 내립니다. 
 
심지어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법원은 긴급조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사에 대한 징계 추진까지 시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5년을 전후한 상고법원 설치를 고리로 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시점의 일들입니다. 

재판거래 시도는 정말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대법관들 말처럼 실체 없는 의혹에 불과한 걸까요. 검찰 수사로 명명백백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판결로 읽는 헌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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