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먹자” 즉흥 술자리, 업무상 재해 성립 여부
"회식 자리에 참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아”
“업무와 관련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
[법률방송뉴스] 의무 참석이 아닌 사업주가 즉흥적으로 마련한 회식 자리에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가 귀가 중 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될까요, 아닐까요.
‘오늘의 판결’은 회식 귀가 사고 업무상 재해 얘기입니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 업무를 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음식점 주인이 마련한 저녁 자리에서 치킨과 맥주를 나눠 먹었습니다.
당시 음식점 주인은 “관심 있는 사람은 오라”고 직원들을 불렀고, 음식점 직원 13명 가운데 A씨를 포함한 5명이 회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회식이 끝난 뒤 A씨는 중국음식점 배달 오토바이로 귀가를 하다 사고로 숨졌습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저녁 모임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업무상 회식에 해당하고, 사고 역시 음식점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등 사업주가 지배·관리하는 출최근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A씨 유족의 주장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 1심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사업주가 회식 자리에 참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고 업무와 관련된 목적이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
“사회 통념상 업무상 회식이라기보다는 근무를 마친 뒤 동료들이 한 술자리라고 보기는 것이 타당하다”
“단순한 친목 술자리인 이상 귀가하는 행위가 통상적 출퇴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라면 이는 업무상 사고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주운전이라는 불법행위를 하다 사고가 난 만큼 합법적인 ‘업무’를 보다 사고가 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직장 사람들과 회식을 하다보면 일 얘기, 직장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업무상 회식과 단순 친목 술자리가 무 잘리듯 구분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음주운전 등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라면 이는 업무상 사고에서 제외된다’는 재판부 말은 정말 꼭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사고나 재해가 나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는 말은 사족으로 붙여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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