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단 조사 받지 않은 이유 질문에... "꼭 내가 가야합니까"
검찰 수사 받겠냐는 질문에는... "수사 한답니까?... 그때 봐서"
박근혜 독대 '말씀자료' 질문에는... "한번 슥 보고 그냥 버리지"

[법률방송]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급기야 “더 이상 답변을 안하겠다”고 까지 했는데도 질문이 계속 이어졌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상한 질문 같네, 말꼬리 잡고 질문하지 마라“는 감정적인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어떤 질문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심기를 이렇게 건드린 걸까요.

조현경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간단하지만 이것으로써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마치겠습니다”

15분간의 입장 발표를 마쳤지만 기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놔주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까칠한 질문이 날아듭니다.

[기자]

“특조단 조사받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여러 개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이 완전히 뒤졌습니다. 꼭 내가 가야 합니까?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습니까?”

까칠한 질문은 계속됩니다.

[기자]

“원장님께서 (특조단) 가셔서 얘기를 하면 ‘더 명확하게 밝혀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전혀 안하시는 건가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일회성 보고나 뭐 중요성 없는 보고는 금방금방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사법부의 수장이 다 분명하게 알리라, 그거는 말이 옳은 말은 아니죠”

‘그럼 뭣이 중한디’를 연상케 하는 ‘판사 뒷조사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보고냐’는 ‘힐난성’ 질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뒷조사를 했다고 하는 내용이 뭔지를 제가 확실히 알지를 못합니다”

청와대와 재판거래 파문을 촉발한 핵심 문건,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를 한 달 앞두고 작성된 이른바 ‘말씀자료’도 당연히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자]

“대통령 독대 전에 만든 자료도 검토하신 적이 없는 자료인가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뭐 그런 거는 일회성으로 왔다 갔다 했겠죠. 했겠지만, 내가 예를 들어서 어... 정초에 그... 신년 하례식에 갈 때도 다 그런 거 줍니다.  그런 걸 내가 한번 슥 보고 그냥 버려버리지...”
 
청와대 교감과 관련한 질문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청와대와 교감을 나눴다는 것이 참 이상하죠. 뭔가 만나면 그냥 덕담을 하고 뭐 이렇게 좋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어떻게 뭐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엔 급기야 약간 짜증 섞인 반응까지 보입니다.

[기자]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판결이 청와대랑 대법원에 이득이 되는지 안 되는지 이런 판단이 나온 문서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서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언젠가는 다시 이런 이야기를 또 정리해서 할 수 있겠죠. 더 이상 뭐 그런 문제에 관해서 저한테 이 자리에서 묻지를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묻지 말아달라”는 데도 계속되는 질문.

[기자]
“검찰에서 수사 혹시 시작되면 받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 그때 가서 보죠"

[기자]

“거부하시지는 않으실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아니, 뭐 꼭 그런 이야기보다도 하여튼 그때 가서 보죠. 지금 미리 묻지 마시고..."

이어지는 곤혹스런 질문에 양 전 대법원장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난감함과 짜증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꾸 말꼬투리를 잡고 그렇게 질문하시지 마시고 뭐 다른 거 없으면 이상으로 끝내겠습니다”

[기자]
“이번 파문의 총책임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것은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죠..”

‘재판거래 피해자’라며 사상 초유 대법원 기습점거 시위까지 벌인 케이티엑스 승무원을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것은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하자니 자꾸만 옹색해지고, 자리를 뿌리치고 그냥 가자니 그것도 면이 안 서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겐 오늘(1일) 오후는 아마 생애 가장 길고도 난감한 ‘10분’이었을 거 같습니다.

법률방송 조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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