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내부 폭로, 검찰 대응은 왕따·인사불이익·징계 탄압
“대한민국 검사.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어둠은 빛을 못이겨"...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법률방송]

임은정, 서지현, 진혜원, 안미현 검사. 검찰 내부 폭로로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여검사들의 이름입니다. 

이들의 용기 있는 내부 폭로에 대해 검찰은 어떻게 반응해 왔고, 반응하고 있을까요.

카드로 읽는 법조, 오늘(18일)은 대한민국에서 검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그놈의 손이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난 1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서지현 검사의 충격적인 고백의 글입니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아야 하는지...” 서지현 검사는 “언제나처럼 여자는 입술을 꾸욱 깨문다”고 적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ME TOO’ 물결의 시작이었습니다.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혀에 술이 확 깼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일주일 뒤 임은정 검사도 ‘나도 당했다’, ‘ME TOO’에 동참하는 글을 올립니다.

15년 전인 2003년의 일, 성추행 부장검사는 그러나 건재하게 살아남았고, 거꾸로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임은정 검사.

“부장에게 꼬리 치다 뒤통수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는 조직의 비아냥이 비수가 되어 임은정 검사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2012년 12월, 임은정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검사는 검찰 과거사 반성 차원에서 ‘고 윤종길 과거사 재심사건’에 대해 검찰 상층부 지시를 거스르며 ‘무죄’를 구형합니다.

대가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였습니다.

임은정 검사는 그러나 굴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냅니다. 5년간의 지난한 법정 다툼. 2017년 10월 31일 대법원은 “징계사유가 안 된다”며 부당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합니다.

50차례가 넘는 내부 폭로,  임은정 검사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소회를 남깁니다. “불행한 시대 저문 거죠?” 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어둠은 아직 다 하지 않았고, ‘불행한 시대’는 아직 다 저물지 않았습니다.

 

“표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사무 감사를 받았다”

2017년 6월 제주지검의 이른바 차장검사에 의한 ‘영장 회수’ 사건에 대한 대검 감찰을 촉구했다가 부당한 표적감사를 받았다며 진혜원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입니다.

실제 진혜원 검사는 해당 년도 사무감사에서 제주지검 전체 검사 지적 사항의 4분의 1넘는 22건의 지적 사항을 ‘혼자’ 받았습니다.

진혜원 검사는 이에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상대로 ‘표적 감사 부당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냅니다.

“검찰 내부 부당 행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일선 검사에 대한 꼬투리잡기식 표적감사를 통한 침묵과 줄세우기 강요다“ 부당한 강요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결기입니다.

 

“문무일 총장이 ‘국회의원은 일반 다른 사건과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 조사를 못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

지난 14일 안미현 검사는 조직 수장 검찰총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문 총장이 강원랜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기자회견을 엽니다.

현직 검사의 검찰총장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항명성 폭로 기자회견.

대검의 대응은 ‘관할 지검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검사윤리강령 위반을 사유로 한 징계 착수 검토입니다.

 

임은정 검사, 서지현 검사, 진혜원 검사, 안미현 검사. 검찰 내부의 부당함과 부조리에 대한 용기 있는 폭로. 그러나 돌아온 건 ‘왕따’와 인사 불이익, 징계였고, 지금도 징계입니다.

그럼에도, ‘소신의 아이콘’ 임은정 검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대한민국 검사.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대한민국은 지금 이들 용기 있는 대한민국 여검사들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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