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유재광 앵커]

이병헌·송강호·정우성 주연의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1930년대 만주. 1930년대 만주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였습니다. 강도를 뜻하는 비(匪)와 도둑, 남을 해하는 악인이라는 뜻의 적(賊), 1930년대 만주는 비적(匪賊) 세상이었습니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직업도 비적이거나 이 비적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둘 중 하나입니다.

오늘 '앵커 브리핑'은 이 '비(匪)', 그 중에서도 '법비(法匪)'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932년 일제는 중국 침략의 교두보로 만주에 괴뢰국을 세웁니다.

당시 만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마적(馬賊)을 비롯해 공산주의 계열의 공비(共匪), 군인이었다가 도적이 된 병비(兵匪), 지방 토호 도적떼인 토비(土匪) 등 온갖 비적들이 난무하던, 한 손엔 총, 한 손엔 칼이 들린 ‘동양의 서부’였습니다.

만주국이 세워진 1932년 3월 한 달 동안 비적들이 철도를 공격한 횟수만 2천 건이 넘을 정도로 만주는 무법천지였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은 이에 무법 해소를 명분으로 ‘법치’를 내세우며 비적 소탕에 전력합니다.

경찰엔 비적으로 추정되거나 의심되는 자를 즉결처분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부여하였고, 온갖 ‘법’을 만들어 만주를 지배하고 통치합니다.

그러나 이 법에 의한 통치, ‘법치’는 이전보다 더 촘촘한 수탈과 탄압의 도구로 작동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만주의 민중들 사이에서 새롭게 나온 말이 바로 법비(法匪)입니다.

즉 법비는 법의 이름을 빌어 중국 민중을 착취하고 탄압한 만주 괴뢰국의 관료와 부역자, 법 기술자들을 도적에 빗대 나온 말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총만 안 들었다 뿐이지 강도보다 더한 놈이다’는 말을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총칼을 든 마적이나 일본 군경보다 이 ‘합법적인’ 법비들을 더 미워하고 증오했다고 합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문제 삼자 통영지청으로 서 검사를 쫒아냈다는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오늘 다시 입길에 올랐습니다.

일부 언론에 안 전 국장에 대한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면서입니다.

안 전 검사장은 그동안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전까지는 성추행 당시 만취해 있어서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게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2010년 10월 검찰 핵심 간부가 안 전 검사장을 불러 “성추행 관련 소문이 돌고 있는데, 술 먹고 사고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겁니다.

이후 2015년 안 전 검사장이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되자 괘씸죄에다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으로 자신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도 있는 서지현 검사를 통영으로 쫒아내, 검찰을 나가게 유도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론입니다.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려 하자 “서지현 검사를 반드시 날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성추행 사실을 언제 알았냐가 왜 중요하냐면, 안태근 전 검사장은 성추행 사실 자체는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한 부당 인사발령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은 “검찰국장 재직 당시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 10월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줄 이유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법비, 법 도적이라는 뜻입니다. 남의 눈에 눈물과 피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법을 빙자해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꾀하는 법 기술자.

'법꾸라지'라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그렇고 성추행을 했든 뭘 했든 검찰에서 승승장구하며 서울중앙지검장과 더불어 검찰 내 '빅 2'라 꼽히는 법무무 검찰국장까지 지낸 안태근 전 검사장도 그렇고,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법비'라는 두 글자가 떠오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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