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의원 "우리 형법에 '처하다' 308번이나 사용"
법제처 "무분별한 한자 말투... 순화 대상 법률용어"
권위 걷어내고 '부과하다' 같은 명확한 용어로 바꿔야

[법률방송]

“징역 몇 년에 처한다.”

뉴스에서 흔히 듣는 어떻게 보면 익숙한 말인데요.

여기서 ‘처하다’는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요.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10일)은 익숙하지만 계속 써야 되는지 묻게 만드는 표현, ‘처하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세윤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서 선고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됐던 전직 대통령의 재판.

선고 결과를 보면서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시민]

(‘처하다’라는 용어 많이 접해보셨죠.)

“어~ 네. 그건 들어봤죠. 네 네.”

[시민]

“음, 가끔... 예”

‘곤경에 처하다’, ‘위기에 처하다’ 식으로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 '처하다'.

[시민]

('처하다'라는 용어, 일상 속에서 많이 접해보셨나요.)

“처하다? 뭐뭐 어떤 어떤 상황에 처하다.”

[시민]

“처지에 있다. 처지에 놓였다.”

'처(處)하다'의 처는 '곳 처(處)' 자를 씁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떤 형편이나 처지에 놓이다’는 수동적 의미와 ‘어떤 책벌이나 형벌에 놓이게 하다’는 능동형의 표현 모두로 쓰입니다.

따라서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에 처한다’는 표현 자체는 어법상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우리 형법엔 이 ‘처한다’라는 표현이 308번이나 나올 만큼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많이 쓰이는 만큼 일반 시민들도 어떤 뜻인지는 미루어 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

“처하다요? 그거는 어떤 결정을 내려서 응분의 어떤 댓가를 받게끔...”

법제처는 그러나 ‘처하다’라는 표현을 무분별한 한자 말투 사용이라며 순화 대상 용어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제처 관계자]

“‘과태료를 부과한다’라고 했을 때에는 좀 권위적인 느낌을 걷어낼 수 있다라는 차원에서...”

같은 한자말이긴 하지만 ‘처하다’를 ‘부과하다’ 같은 좀 더 명확한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시민]

“아무래도 좀 처하다 이러면 뭔가 좀... 물론 죄를 지어서 처하는 건 맞긴 한데, 너무 죄적인 쪽으로 너무 가는 단어 같고 차라리 부과하다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익숙해졌다고 잘못이 잘못이 아닌 건 아닐 겁니다.

그럴수록 더 잘못을 바로 잡고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신새아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