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뇌물 재판 증인 출석
"문고리 3인방 나한테 혼 많이 났다, 똑바로 하라고"
만기 출소 정호성 "박 대통령은 깨끗한 분"... 증언 거부

[법률방송]

오늘(8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뇌물수수 혐의 재판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명색이 국정원장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원장이지만 “최순실의 ‘ㅊ’ 자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습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도 나왔다고 하는데, 어떤 말들을 했는지 박지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재판 증인으로 나온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장 임명 경위부터 설명했습니다.

"잘 모르지만 국정원이 좀 시끄러웠던 것 같다. 김기춘이 10차례 전화 왔다. 처음엔 고사했지만 결국 못이겨 2014년 6월경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이 이 전 원장의 말입니다.

이 전 원장은 그러면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비서관과의 일화를 전했습니다.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5·16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쿠데타’라고 답변했더니, 안봉근이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고 언짢아했다'며 ‘어떻게 그런 답변을 하냐’고 했다.“

그래서 "도리어 안봉근을 혼을 냈다. ‘아니, 네가 뭔데 내가 청문회 때 한 발언을 지적하냐‘“고 크게 화를 냈다는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가서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전횡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그 친구들 대단하다 생각 안 했다. 당시 문고리 3인방, 안봉근이 저한테 혼 많이 났다. 행동거지 똑바로 하라고“,

“이재만도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와서 수석도 아닌데 왜 들어오냐고 나가라고 했다“,

“정호성이는 좀 문장도 쓸 줄 알고 해서 가끔 보고서 문제로 통화하고 했지만, 3인방과는 상대를 안했다”는 게 이병기 전 비서실장의 말입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가게 된 경위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비서실장 가게 된 게 소위 정윤회 문건 파동 때문 아닌가. 청와대 들어간 이후로 머릿속에는 정윤회 생각만 했다“는 겁니다.

이 전 원장은 그러면서 국정원장 재직 당시는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도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국정원장 일곱 달 하는데 국내파트 보고 책임자가 추명호다. 보고서에 최순실의 'ㅊ' 자도 들어간 거 본 적 없다.“

"청와대 와서도 최순실의 'ㅊ' 자도 못 봤다. 단지 정윤회는 절대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비선실세가) 최순실인 줄 알았으면 절대 못 만나게 했을거다“는 것이 이 전 원장의 말입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국정원에 내려보낸 건 그와 가까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의 의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전 원장은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이 전 원장은 "결과적으로 그리 생각한다. 청문회 준비 자리에 저를 지원한다고 보충돼서 추명호가 왔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대해선 “국정운영비에 쓰는 합법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한편 지난 4일 만기 출소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비서관은 “아는 게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준비기일을 사흘 뒤인 오는 11일로 잡았습니다.

다음 공판엔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원종 전 비서실장 등이 증인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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