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탄핵심판 첫 전체 재판관회의 열어 심리 방향 결정
"사안 복잡하고 중대하다"... 盧 탄핵 때와 달리 '준비절차' 진행
준비 전담 재판관 지정, 헌법연구관 20명 '연구전담반' 구성

헌법재판소가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헌재는 이날 회의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준비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또 탄핵소추 사유를 선별하지 않고 전부 심리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청사에서 평의(재판관회의)를 열고 국회가 접수한 탄핵소추 심리 일정 등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헌재 재판관 9명 중 페루 헌법재판소 방문차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참석했다. 

 

재판관들은 우선 이날 회의에서 준비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준비절차는 변론기일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변론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당사자들간 사전 조율이 이뤄진다. 과거 '통진당 해산'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다룬 재판에서 주로 이뤄졌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은 준비절차 없이 바로 변론기일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서 준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16일까지 박 대통령에게 제출을 요청한 답변서가 도착하는 대로 변론 준비를 전담할 수명재판관을 지정한다. 수명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을 지정해 당사자의 대리인을 불러 증거를 검토하고 쟁점을 정리하게 된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지명하며, 주심 재판관을 포함해 2~3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배 공보관은 "쟁점이 많은 이번 사건의 경우 변론 이전의 절차가 중요하므로 준비를 전담할 재판관을 정해 효율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를 위해 국회와 법무부에 이해관계기관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헌재법은 심판과 관련해 관계기관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의견서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기관이나 개인은 헌재가 정한 기한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헌재는 또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다음주 중 헌법연구관 20여명으로 태스크포스(TF) '연구전담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배보윤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12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준비와 관련해 열린 첫 전체 재판관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소추 사유를 모두 심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지난 9일 헌재에 접수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는 박 대통령 소추 사유로 크게 헌법 위배행위 5건, 법률 위배행위 4건을 규정했다. 위반한 헌법 조항은 12개, 형법 조항은 4개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재판관들은 국회가 제기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혐의가 분명한 부분을 집중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정이 늦어져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판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재판관들은 일부 사유 심리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탄핵심판제도의 본질을 벗어나고 절차적 정당성이 어긋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결론적으로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되 소추 사유는 전체적으로 따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충실한 심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배 공보관은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제기된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모두 충실히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탄핵심판 심리가 장기화돼 내년 4월 이후에 인용 여부 결정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

배 공보관은 이에 대해 "변론기일 단축 논의도 준비절차에서 함께 이뤄질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때는 답변서 제출 시한으로 10일을 줬고 우편송달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답변서 제출 기한 7일을 줬으며 직접 제출을 요구했다. 이 자체가 헌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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