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1년 6개월 채우고 국정농단 사범 중 첫 만기 출소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책무, 잘했어야 하는데..."
朴 관련 질문엔 묵묵부답... 불구속 상태로 특활비 재판

[법률방송]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자 가운데 처음으로 1년 6개월의 형기를 다 채우고 오늘(4일) 새벽 만기 출소했습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호성 전 비서관은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장한지 기자가 서울 남부구치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늘 새벽 5시,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국정농단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만기 출소하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운집한 기자들을 보고 일순 크게 놀란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되찾은 정호성 전 비서관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호성 /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막중한 책무를 맡아서 좀 더 잘했어야 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무덤덤한 표정으로 “여러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정호성 /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지금 뒤돌아보면 여러 가지로 가슴 아픈 점이 많습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만감이 교차한 듯 1년 6개월간 있었던 서울 남부구치소를 고개를 돌려 힐끗 다시 한 번 바라보더니,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는 뜻 모를 말을 남겼습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지금 (감옥에서) 나오지만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습니다.”

질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얘기로 넘어가자 정 전 비서관은 누군가로부터 제지를 받았고, 이후 더 이상의 답변은 없었습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박근혜 전 대통령 24년 선고 받았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구치소 면회 가실 거세요)

“...” 

정호성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관리하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지낸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드레스덴 연설문’ 등 청와대 비밀 문건 47건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지난 2016년 11월 6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년여 간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모두 등을 돌리며 돌아서는 동안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호위무사를 자처했습니다.

특히 2017년 9월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비서관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 “심적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 증언을 일절 거부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입을 닫았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당시 발언 도중 목이 메는 듯 수차례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재판정에서 다른 사람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도 이날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떼지 않고 정 전 비서관을 지켜봤습니다.

대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에 유출한 14건의 문서를 유죄로 판단해 지난 달 26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구속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 만기 출소하는 정 전 비서관은 후련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구치소를 떠났습니다.

[정호성 /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이렇게...”

오늘은 일단 구치소를 떠나지만 정 전 비서관의 법적 시련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2억원을 상납받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지난 1월 추가 기소된 상태입니다.

1년 6개월의 구치소 생활과 만기 출소. 그 끝에 '감옥이 저 구치소 안인지 이 밖인지 모르겠다'는 선문답을 남긴 정호성 전 비서관.

국정원 특활비 박근혜 전 대통령 상납 재판 결과에 따라 구치소 안이냐 밖이냐, 정 전 비서관의 거취와 경계는 다시 한 번 갈리게 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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