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화여대 로스쿨 특별 강연
"아내도 이대 출신"... 고 김종삼 시인 '장편 2' 낭독
"정의도 인간의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의미 없어"

[법률방송]

오늘(2일) 이화여대 로스쿨 법학관에선 조금 많이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고 합니다.

바로 현역 이진성 헌재법재판소장이 강연자로 나선 건데요.

현역 헌법재판소장의 예비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어떤 말을 했을까요.

조현경 기자가 강연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화여대 로스쿨 법학관에 오늘은 좀 특별한 ‘강사’가 강단에 섰습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소장은 자신의 아내도 이대를 나왔다며 한 편의 시를 학생들에게 낭독하게 하는 걸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한자가 있는데 괜찮겠어요?"

"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있었다...'

화면 가득 걸려 있는 시는 지금은 작고한 고 김종삼 시인의 ‘장편2’ 라는 시입니다.

이진성 헌재소장이 자신의 취임식에서도 직접 낭독했던 시이기도 합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제가 좋아하는 김종삼 시인이라고 돌아가신 시인이 계신데 제가 여러분께도 이 시를 우선 들려드리고...”

딱딱한 법전과 시, 이진성 소장은 시를 들려준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를 보면 거지 소녀 부녀의 남루함과 주인영감의 횡포, 가족, 사랑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지위라든지 행색이라든지 지식의 정도라든지 그런 것을 가지고 사람을 사전에 재단을 하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시"라는 것이 이진성 헌재소장의 말입니다.

예비 법률가로서 선입관과 예단을 경계하라는 취지입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처음에 선입견을 가지거나 미리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러다 보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지,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라는, ‘확증 편향’을 경계하라는 이진성 헌재소장의 말.

법조인으로서 ‘능력’이 아닌 ‘자세’를 말하는 이진성 소장의 강연에 학생들이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200명 넘게 모인 강의실이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합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확증편향을 상당히 경계해야 되고 그것은 재판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들을 많이 가질 텐데 변호사는 더욱더 그렇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그것을 대하기 보다는 양쪽 주장에 대해서 귀를 열고 경청을 해서...”

“법원 재판은 효력이 당사자 개인에게 국한되지만 헌법재판은 모든 국민과 국가 기관에 효력을 미친다“

담담하지만 헌재의 역할과 중요성, 헌재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이진성 헌재소장의 말입니다.

지난 2102년 9월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소수의견을 많이 내 헌재의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진성 헌재소장.

이진성 헌재소장은 ‘소수의견’의 의미와 가치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소수의견이라는 것은 어느 날은 소수의견이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사회의 환경이 바뀌다보면, 다수의견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법정의견이 되지 못해도 소수자들에 대한 위로를 건네서 우리가 사회 갈등을 조절해서 사회 평화로 가는 길이 될 수가 있겠다 그런 의미가...”

이진성 헌재소장은 또 오늘 강연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소회도 밝혔습니다.

"현 단계에서 아주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바탕으로 군주국가와 비슷한 형태의 북한에도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시대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대한 이진성 헌재소장의 평가입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사실 북한이 군주국이나 별 차이가 없는 그런 나라인 셈인데, 자기 스스로 더욱 노력을 해야...”

1시간 10분 남짓한 강연, 이진성 헌재소장의 강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의’와 ‘평등’ 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출발선을 앞당겨 결승선에 좀 더 가깝게 하는 것“ 

이것이 이진성 헌재소장이 말하는 평등과 정의입니다. 

미래의 예비 법조인들을 앞에 두고 김종삼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정의와 평등을 얘기한 이진성 헌재소장.

이진성 헌재소장은 “제가 아까 정의를 말씀 드렸는데 그런 정의도 인간의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말로 뜨거웠던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조현경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