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찬성 234 대 반대 56' 가결, 박 대통령 직무정지
헌재, 180일 이내 결정해야... "사안 중대, 최대한 빠른 결정 할 것"
9명 전원재판부 담당... 박한철 소장, 이정미 재판관 퇴임 변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지난 2004년 3월 12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12년 9개월 만에 헌정 사상 두번째로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게 됐다.

국회는 전날 오후 2시45분 보고된 탄핵안을 국회법에 따라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상정, 제안설명을 거쳐 표결에 돌입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후 4시10분쯤 "여야, 무소속 의원 29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외에 친박계 의원들도 상당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는 압도적 결과였다.  

 

■ 국회 문턱 가볍게 넘은 탄핵안, 헌재로

탄핵안 가결로 국회의장은 소추의결서 정본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에게 곧바로 전달한다. 국회법상 법사위원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검사(檢事) 역할의 소추위원을 수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국회의장은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에게 보낸다. 소추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은 곧바로 정지된다.

 

이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이끌 전망이다. 황 총리 체제가 시작되면 2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사퇴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이 사퇴한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내년 2~3월경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그동안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헌재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 탄핵 짐 짊어진 헌재의 탄핵심판, 어떻게 진행되나

헌재는 소추의결서를 제출받은 뒤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를 시작하게 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사례를 볼 때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자료를 수집하고 실무 검토를 하는 등 집중 심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하는 전원재판부가 탄핵심판을 담당하게 된다.

탄핵심판의 경우 정당해산심판과 마찬가지로 모든 절차가 구두변론으로 진행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담당할 헌법재판소 재판관. 위 왼쪽부터 박한철 헌재 소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 아래 왼쪽부터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부는 변론을 열 때마다 기일을 정해 당사자와 관계자를 소환하도록 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첫 공개변론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박 대통령도 변론 과정에 직접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재는 대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심문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소환에 불응하거나 헌재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최순실 의혹 사건이 수사 중이라는 데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이나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로 인해 재판이나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결국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처럼 수사 기록의 원본이 아닌 사본을 요청해 증거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검사인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법조계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모아 대리인단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박대통령 역시 이에 맞서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심판 과정에 임할 것이 틀림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탄핵검사로 67명의 대리인단을 꾸렸고, 노 전 대통령 측은 문재인 당시 변호사 등 10명의 대리인단을 꾸렸다.

헌재의 변론 일정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된다.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내에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인용 결정을, 3명 이상이 반대하면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여기에도 복병은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 31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통상 헌재 소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후임 소장을 임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된다. 이정미 재판관 역시 내년 3월 14일 임기가 끝난다.

황 총리 권한대행 체제 상태에서의 헌재 소장과 재판관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올 경우, 사실상 헌재는 7명의 재판관을 중심으로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재판관 궐위에 따른 심리 정족수는 7명으로 심판 자체가 불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 2명의 재판관만 반대 의견을 내놓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되게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헌재가 최대한 빠른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이미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왔을 당시부터 탄핵심판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다”면서 “사안이 사안인 만큼 180일을 채우거나 이에 임박해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실무절차기준을 세워뒀다는 점 역시 결정 시간을 단축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재는 당시 ‘법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대통령이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및 공금횡령 등의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 등을 대통령 '파면' 사유로 규정한 바 있다.

 

■ 탄핵소추안에 담긴 사유 18개… 핵심 쟁점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최순실씨 등에게 연설문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유출하거나 국가정책 및 고위급 인사에 관여토록 했다는 국민주권주의 위반 등 13개의 헌법 위반 사유가 담겼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들을 압박해 출연금을 내도록 하고 해당 기업에 특혜를 준 혐의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 등 5개의 법률 위반 혐의가 담겼다.

헌재는 이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통상적인 법 위반이 아닌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인지 여부가 결국 쟁점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역시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검팀이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빠르게 입증할수록 헌재로서는 결정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심리를 통해 헌재가 탄핵안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예우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탄핵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반면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경우 박 대통령은 곧장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가결 이후 63일 만에 헌재의 기각 결정을 받아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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