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국회 토론회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 달리 형사 범죄 시 자격 박탈 조항 없어

[법률방송]

실수로든 뭐로든 사람을 죽게 해도, 성폭행 같은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법원 판결에 따라 법적인 처벌만 받고 나면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인데요. 오늘(27일) 국회에선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실제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 토론회를 다녀온 저희 법률방송 취재기자의 말인데요. 어떤 내용인지 장한지 기자의 심층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의사 면허는 종신 면허인가" 오늘 토론회 문제의식은 이 열 글자로 압축됩니다.

故신해철 씨의 경우처럼 황당한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망케 해도, 내연관계의 여성에게 마약성분 마취제를 과다 투여해 사망케 한 뒤 사체를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도, 수면 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들을 전신 마취시킨 뒤 성폭행한 엽기적인 의사도.

그때만 잠깐 엎드려 지나가면 계속 의사 면허를 가지고 의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남인순 의원 / 국회 보건복지위원]
“의료 사고로 환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로 인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가 계속해서 의사 면허를 가지고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현재 법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건 현행 의료법의 의사 면허 취소 조항의 구멍 때문입니다.

의료법 제8조 의료인의 결격 사유를 규정한 조항입니다.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라고 돼 있습니다.

거꾸로 보면 의료 관련 법 위반이 아닌 경우 횡령이나 배임 같은 경제 범죄, 의료 사고로 인한 사망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 심지어 성폭행 같은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원론적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할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일반 형사 범죄로 금고 이상 처벌을 받아도 의사 면허에 영향이 없습니다. 변호사는 물론 대부분의 전문직의 경우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등록이 취소됩니다.”

실제 변호사나 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의 경우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됩니다.

그런데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 전문직만 유독 이런 조항이 없는 겁니다.

실제 2016년 기준 최근 10년 동안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모두 747명인데 반해 행정처분은 5명에게 주어진 자격정지 1개월이 고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처벌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말 그대로 ‘종신 면허 철밥통’인 셈입니다.

[박호균 의사 출신 변호사 / 대한변협 인권위원·법률사무소 히포크라]
“의사들과 어떤 상담을 하면서 조언을 해줄 때 형사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의사는 현재 상관없으니까 그냥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이렇게 제 스스로 상담을 하는 이 모습을 보고 아... 매우 부끄럽다, 라고...”

나아가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증을 재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나마도 원상회복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겁니다.

토론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의사 면허도 다른 전문직의 경우처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취소나 정지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맞추면 된다는 겁니다.

[권미혁 의원 /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
“의료인 진료행위가 국민한테 많은 문제나 건강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 의견 수렴이나 아니면 각계, 그리고 현장에 의사 선생님들을 비롯해서 여러분들하고 같이 논의를 하고 좋은 협업을 만들어나가...”

실제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 이전에는 의료 관련법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의약분업 논란 와중에 슬그머니 사라진 조항을 이제는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늘 토론회 취지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위원 등이 토론회를 주최한 만큼 실제 관련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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