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포털 정보통신시스템 부하 야기, 이용자들에게 피해... 벌금 2천만원"
항소심 "통상보다 큰 부하 유발, 포털 운용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죄"

[법률방송=유재광 앵커] 드루킹 사태가 대선 댓글 조작으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드루킹이 댓글 ‘좋아요’ 조작에 동원했다는 같은 작업을 단기간에 대량 반복하는 이른바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 사람은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요. ‘오늘의 판결’은 매크로 프로그램 얘기입니다.

프리랜서 개발자인 37살 A씨가 포털 사이트에 글이나 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팔았다고 합니다.

A씨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3년 남짓 이런 프로그램 1만 7천 700여개를 팔아 3억원 정도를 챙겼다고 합니다.

구매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쪽지를 대량 발송하거나 블로그 등에 댓글을 포함해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이나 사진을 대량 등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포털 사이트엔 평소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최대 500배나 많은 트래픽이 걸렸다고 합니다.

검찰은 A씨를 ‘악성 프로그램’ 유포 혐의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하고 프로그램을 몰수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정보통신시스템에 부하를 야기하고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그러나 1심을 뒤집고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이 통상의 요청을 대체해 빠른 속도로 댓글 작성, 쪽지 발송 등을 반복 수행했을 뿐”이라며 ‘통상보다 큰 부하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포털 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성만으로 ‘악성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제출된 증거만으로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매크로 프로그램의 제공과 이용 행위에 대해서는 새로운 처벌 규정 도입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댓글 조작 논란 관련 네이버가 오늘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습니다. 포털에서의 여론 조작 사건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좋아요' 수로 대표되는 기사와 댓글 줄세우기가 그 본질적인 배경 아닌가 합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나 기사를 검색해 보는 게 아니라 포털이 짜놓은 판 안에서 남들이 보는 기사나 댓글을 보게 만드는 지금의 포털 운영 방식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짐작만 할 뿐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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