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법 곳곳에 남아있는 용어 '최고(催告)'
단순한 한자어 아니라, 전형적 일본식 한자 조어
시민들 "일본식 한자어, 당연히 우리말로 바꿔야”

[법률방송]

광화문광장이 지금보다 3. 7배 더 커집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오늘(10일) 이 같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공동 발표했는데, 일제가 훼손한 광화문 월대를 복원하고 해태상도 원위치 하기로 했습니다.

민주주의 성지로서 일제 잔재 청산과 복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건데요.

우리 법령에도 이런 일제 잔재가 이곳저곳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일본식 한자 조합, ‘최고(催告)’라는 단어입니다.

신새아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황당한 삼성증권의 112조원어치 ‘유령주식’ 배당 사건으로 국민연금이 삼성증권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오늘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거래 안정성 저하 우려에 따라 9일 자로 삼성증권과 직접운용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 전체의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기관입니다. 관련 법률 역시 국민의 삶과 직접 관계되는 것들입니다.

당연히 국민 모두가 알아듣기 쉬운 말을 써야 하겠죠.

국민연금법 제 59조 2항, ‘미납금의 공제 지급’ 조항입니다.

“해당 상환금에 관한 채무를 공제하려면 20일 이상의 기한을 정하여 문서로 그 채무의 변제를 최고(催告)하여야 하며...” 라고 되어 있습니다.

‘최고(催告)’, 무슨 뜻일까요.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기자] "(최고) 무슨 뜻인 거 같으십니까?"

[전민기(39) / 서울 천호동]

“글쎄 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런 뜻으로 느껴지는데요. 제일 높은 정상? 최고의 위치?”

[시민]

“최고? 최고라는 것은 모든 걸 최고라고 됐을 때 최고라는 생각이 들겠지?”

시민들이 말하는 ‘최고’(最高)는 ‘가장 최(最)’ 자에 ‘높을 고(高)’ 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가장 최고’, 순우리말로는 ‘으뜸’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국민연금법의 ‘최고(催告)’라는 용어는 한자로 '재촉할 최(催)' 자에 '알릴 고(告)' 자를 씁니다.

즉, 사전적으로 최고는 ‘재촉하여 알리다’ 라는 뜻입니다.

한자를 보여주고 ‘최고(催告)’의 뜻을 물어도, 무슨 뜻인지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헷갈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박수호(23) 신동찬(23) / 서울 성북구]

“재촉하다요? 처음 듣는데요. 별로 (그렇게) 안 느껴져요.”

[시민]

"아, 아니요 (연관이) 없어요. 모르겠어요."

그나마 최고는 단순히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라,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 조어입니다.

이 일본식 한자어 최고, ‘재촉하여 알리다’가 법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청구하다’는 의미로까지, 두 번 세 번 꼬아서 쓰이고 있는 겁니다.

‘최고장’이 그 예입니다.

[전민기(39) / 서울 천호동]

“아 최고장이 그런 최고인가요? 연관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최고하다’와 ‘재촉하다’, 일본식 법률 용어와 알기 쉽고 친근한 우리말.

어느 쪽을 써야 할지는 분명합니다.

[박수호(23) 신동찬(23)/ 서울 성북구]

“굉장히 불쾌해요. (일본식 법령 용어는)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유민(24) 송파구 / 강효민(24) 노원]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일본식 한자가 계속 쓰이는 것보다 우리나라 말을 쓰든가..."

일반 시민의 정서와 상관없이 그러나 이 ‘최고’라는 말은 근로기준법이나 건축 관련 법, 자동차등록규칙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법률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일본식 표현, 한자 조합이 우리 법전 곳곳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직접적으론 일제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일본을 통해 근대 유럽법 체계를 받아들인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일제 시대인 1924년 설립된 국립 서울대학교의 전신, 경성제국대학.

일제가 식민지배 중간지배층 양성 목적으로 설립한 대학에서 법 교육을 받은 인사들이 해방 이후 우리 법의 기초를 놓은 겁니다.

실제 법문과가 설립되던 1926년, 경성제대 한국인 교수는 전체 57명 중 불과 5명, 그나마 1941년에는 140명 교수 중 단 1명만 한국인 교수였습니다.

일본말로 일본식 법학 교육을 받은 법학자와 법률가들이 만든 해방 대한민국의 법률, 성향과 이념을 떠나 싫든 좋든, 우리 법률에 일본식

잔재가 남을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이자 현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방 70년이 넘도록 우리 법률에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두고 방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 / 김형배 연구관]

“되도록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고, 특히 굳이 일본식 한자어는 당연히 우리말로..”

법률은 그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 움직이게 하는 뼈대이자 근육입니다.

그 뻐대와 근육 곳곳에 박혀 있는 일본식 한자.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라도 일본식 법률용어,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