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재즈 기타리스트가 제기한 손배소 패소 판결
"아리랑은 대중의 공유 영역… 편곡물의 권리 보호 범위 적다"

재즈 가수 나윤선(47)씨가 지난 2013년 재즈 풍의 노래 '아리랑' 모방 의혹으로 소송을 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3년 만에 의혹을 벗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윤태식 부장판사)는 5일 기타리스트 이모씨가 나씨와 음반 제작사 허브뮤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나윤선은 지난 2012년 한 광고에 출연해 경기 아리랑을 재즈 풍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불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곡은 이듬해 3월 발매된 나윤선의 8집 앨범 '렌토'에도 수록됐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로 시작되는 첫 소절이 두 차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재즈 가수 나윤선씨. /연합뉴스

이 곡이 한창 인기를 끌던 같은 해 12월 재즈 기타리스트 이씨는 나윤선의 곡이 자신의 1997년 작품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 첫 소절을 두 번 반복하는 곡 전개 방식이 자신의 작품과 같고, 리듬 구조와 화성 진행도 대부분 일치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씨는 나윤선의 아리랑 재즈 버전과 '렌토' 앨범의 복제·판매·배포 금지를 요구하고, 2차적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며 3천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씨의 작품이 경기 아리랑의 첫 소절을 두 번 반복하고 있는 건 인정되나 악곡을 편곡하면서 같은 소절을 반복하는 구성은 단순한 아이디어에 가까워 새로운 창작성을 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의 아리랑은 기타 듀엣 연주곡이지만 나윤선의 아리랑은 가창곡"이라며 "이씨의 아리랑 연주를 들어볼 때 곧바로 나윤선의 아리랑이 직감적으로 연상되진 않아 청중의 관점에서 두 작품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기 아리랑은 대중의 공유 영역에 속한다"며 "특정인에게 독점되지 않고 누구나 그 표현 형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편곡한 저작물은 독창적인 저작물보다 권리 보호 범위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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