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이"부터 "정치 보복"까지
"오래 전부터 기획된 느낌... 개혁과 체제 반대 세력이 합류"
단순한 현실 부정이 아니라 음모론의 피해자로 자신을 인식

[법률방송] 

끝까지 자신의 재판을 거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

어떤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울입니다.

국정농단 관련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남긴 말들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심경을 돌아봤습니다. 유재광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 카메라 앞에 섭니다.

JTBC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하루만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로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일단 ‘사과‘ 모드입니다.

최순실씨에 대해선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 이라고 ‘인연’을 소개합니다.

2016년 11월 4일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섭니다.

미르 재단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다”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참담한 심경이다”고 말합니다.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이었다던 최순실씨는 “특정 개인”으로 ‘타자화’ 되고, 사건은 “저질렀다고 하니”로 ‘남의 일’로 묘사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남깁니다.

이후 인터넷에선 “내가 이려려고 국민했나” 와 같은 “내가 이러려고”의 여러 패러디 버전이 유행합니다.

국회의 탄책 추진이 본격화된 2016년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

박 전 대통령은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대통령직 퇴진 의사까지 밝힙니다.

자진사퇴, 그나마 명예를 보존하고 하야할 수 있었던 사실상 마지막 기회.

야권의 사퇴 촉구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선택은 그러나 ‘스스로 물러나진 않겠다’ 였습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합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

박 전 대통령은 “방송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오보·허위가 남발돼 종잡을 수가 없다.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못 보는 ‘현실 부정’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이윽고 “모든 것이 오래전 부터 기획돼 왔다“는 음모론으로까지 나갑니다.

2017년 1월 25일, 한 극우보수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추진한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과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합류한 게 아닌가본다“고도 했습니다.

현실 부정에 이은 음모론, 이 지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음모에 희생당하는 피해자, ‘순교자’의 위치로 자리매김합니다. 

2017년 3월 10일,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2017년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나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9자, 8초의 발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2017년 10월 16일 서울중앙지법 국정농단 재판정.

"나에 대한 재판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

박 전 대통령의 처음이자 마지막 법정 공식 발언.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판과 대한민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 재판 불출석과 보이콧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법 사상 처음으로 선고 전 과정이 생중계된 전직 대통령의 뇌물 혐의 1심 선고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늘도 재판을, 현실을 보이콧했고, 순교자를 자처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오늘 법원 앞엔 “대통령을 구출하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였습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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