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는 매주 금요일 '조태욱의 생활법률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조태욱(39) 변호사는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37기)한 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분석위원, 서울가정법원 화해권고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로, 저서 <그럴 법한 생활법률 특강>(공저)을 냈습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부딪치는 법적 문제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줄 '조태욱의 생활법률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얼마 전 영화배우 정우성이 방송작가 박모씨에게 46억원의 사기를 당했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해당 방송작가는 정우성 이외에도 20억원대 사기행위로 구속 기소되었고, 그 후 52억원 상당의 사기죄로 추가 기소되어 현재 재판 진행 중입니다(재판 진행 중에도 지속적으로 사기죄로 추가 기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필자는 위 52억원 사기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여 방송작가를 사기죄로 고소하였기에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어떻게 하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통상 저런 기사를 보면, 본인과는 관계 없는 부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피해자가 멍청하여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필자의 의뢰인(52억원 사기 사건의 피해자)은 고등교육을 받은 가정주부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고, 부자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52억원이라는 고액을 사기당할 수 있었을까요.

피해자는 평소 거래하던 옷가게 주인을 통해서 괜찮은 투자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처음에는 옷가게 주인을 통해서 투자를 시작하게 됩니다. 수백만원~천만원 수준으로 시작했던 투자는 2~3주만에 무려 20%의 고액의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자 슬슬 욕심이 생겼고, 결국 방송작가를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방송작가는 처음부터 자신의 엄청난 인맥과 정보력, 재력을 과시하면서 피해자를 속이기 시작하였고, 이때부터 피해자는 방송작가와 직접적으로 돈 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모든 사기꾼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이자와 원금을 아주 잘 변제하여 신뢰를 쌓았습니다. 신뢰가 쌓이자 피해자는 점점 더 큰 금액을 빌려주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좋은 것은 항상 나누고 싶은 것입니다. 피해자 역시 이처럼 좋은 투자처를 자신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미안하였습니다.

이때부터 피해자는 친구, 친척, 친구의 친구, 친척의 지인 등 자신이 동원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좋은"(?) 투자처를 소개하였고, 주변 사람들 수십명의 돈을 모아 방송작가에게 투자하고 수익금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수십명이 모이자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방송작가는 원금이 아닌 이자만 보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남은 원금에 대해서는 어차피 계속 이자를 준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언젠가부터 이자조차도 제대로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번에 이자에 다시 이자를 붙여서 주겠다고 하니 믿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방송작가는 계속하여 추가적인 금전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투자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라고 오히려 피해자를 타박하였습니다.

방송작가가 돈을 제대로 보내오지 않자, 피해자만 중간에서 고통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를 믿고 투자한 친구, 친척 등 모든 사람들이 화살을 피해자에게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고리의 이자를 받을 때는 고맙다고, 더 투자하고 싶다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피해자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돈도 친구도 심지어 친척까지도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사기죄로 피소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됩니다(물론 피해자에게는 죄가 없기에 처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방송작가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투자처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여기저기서 돈을 모아 속칭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작가의 통장을 보니 피해자로부터 받은 52억원보다 훨씬 많은 80억원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갚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수많은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필자는 전혀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상담을 받다가 그 분 역시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여전히 25억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 방송작가가 구속되면서 이제는 추가로 변제받을 희망마저 없어진 상황입니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사기죄의 피해자는 저의 의뢰인만이 아닙니다. 의뢰인을 믿고 돈을 빌려준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사기죄의 피해자가 된 것입니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부자도 아닌 사람들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첫째,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일단은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됩니다. 한 달에 30%의 이자를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이미 과도한 욕심입니다. 세상에 이런 투자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다 해도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십시오.

둘째, 큰 규모의 금전거래(투자든 대여든 불문하고)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에게 문의해 보십시요. 내가 이러이러한 거래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회수할지, 유사 사례는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노점상에서 몇천원짜리 물건을 살 때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가격을 깍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수천만원~수억원의 금전거래를 할 때는 큰 고민 없이 질러버리곤 합니다.

본인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의 금전거래라면,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와 상의를 해보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 사례도 만약 피해자가 돈 거래 시작 전에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면, 절대 이러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자가 10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처리한 수많은 사건들 중 십중팔구는 사전에 변호사의 조언을 구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거나,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았을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만큼 사전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잘못 아는 것은 전혀 모르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금전거래 전에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사기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