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교회에 내연 사실 알려질까봐 내연녀 살해 야산에 시신 유기"
사건 발생 15개월 만에 백골 시신 발견... 살해 여부, 사인 알 수 없어
피고인, 사건 뒤 ‘사체 부패 시간’ ‘증거 없는 재판’ 등 휴대폰서 검색

[법률방송=유재광 앵커] 40대 여성에 대한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 실종 여성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실종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이 여성의 시신은 이미 ‘백골’이 된 상태였습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타살이라면 살해 수법이 어떻게 되는지 밝혀낼 수 없게 된 겁니다.

‘오늘(2일)의 판결’은 사인을 알 수 없는 ‘백골 시신’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얘기입니다.

45살 손모씨는 지난 2015년 9월 내연 관계였던 44살 여성 A씨와 경기도 가평과 양평 일대를 여행하다 말다툼 끝에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포천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 가족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통화 내역과 당일 렌트 차량 동선 등을 추적한 끝에 2016년 12월 A씨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일로부터 15개월이 지났고 시신은 이미 백골이 된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손씨가 자신의 동거녀가 A씨와의 내연 관계를 눈치 채자 관련 사실이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A씨를 죽여 입막음을 한 혐의 등으로 손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손씨는 재판에서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살인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차에서 함께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같이 죽을 작정이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수석에 연료 2개가 피워져 있었고 A씨가 숨져 있어 겁이 나서 시신을 야산에 버렸다는 것이 손씨의 주장이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손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사건 이후 손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특정 단어들을 검색한 게 결정적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손씨가 검색했던 단어들은 ‘사체 부패 시간’ ‘증거 없는 재판’ 이런 단어들입니다. 손씨는 또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 혐의를 받게 된 남성을 소재로 한 영화도 검색해 본 걸로 드러났습니다.

손씨가 A씨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내용들을 검색해 볼 필요가 없었다는 검찰 논리를 배심원단이 그대로 수용한 겁니다.

1심은 배심원 평결을 받아 들여 "손씨가 시신 발견을 지연시켜 유족이 A씨의 생사를 알지 못한 상태로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받아 왔다“며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내연 관계가 교회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내연녀를 살해했다. 검찰이 밝힌 ‘살인 동기’입니다. 사람 목숨보다 더 중한 게 있을까요. 이른바 치정 살인사건을 접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어떤 영화의 유명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 라는 다섯 글자입니다. 오늘의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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