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전제돼야"
경찰에 기우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판 흔드는 '승부수'

[법률방송뉴스=유재광 앵커] 문무일 검찰총장이 오늘(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 관련한 발언들을 쏟아 냈습니다. 간담회(懇談會). 간절할 간() 자에 말씀 담()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간절한 말을 하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문무일 총장, 뭐가 그렇게 간절하게 할 말이 있었던 걸까요.

문 총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바람직한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문 총장은 먼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공수처 설치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주신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다지금의 수직적 지휘관계수평적인 사법통제 모델로 바꿀 것이다

"검찰부터 변화해 나가겠다. 그간 직접수사를 폭넓게 수행하면서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와 국민의 인권보호 기능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점을 반성한다

"향후 검찰은 직접수사 기능과 인력을 국민이 공감하는 필요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무일 총장의 앞선 모두 발언만 놓고 보면 수사와 기소 분리, 수직적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견제와 균형이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입장을 모두 수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본심은 뒤에 나온다고 문 총장의 진의는 사실 뒤에 이어지는 발언들에 있습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실효적인 자치 경찰제 전면 시행을 강조했습니다.

자치 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선거로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 경찰을 두는 것입니다. 뉴욕 시장이 NYPD, 뉴욕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98.2%의 민생범죄는 주민의 민주통제하에 자치경찰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문 총장의 말입니다.

함의는 경찰이 가진 권한의 98.2%를 지자체에 이관해라, 그러면 수사권 조정 생각해 보겠다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문 총장은 국가경찰이 수행하게 될 범죄수사는 검찰 사법통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내포 의미 역시 지자체에 98.2%의 권한을 넘겨주고 경찰에 남게 될 1.8%의 수사권한에 대해선 지금처럼 검찰이 통제를 하겠다는 겁니다.

문 총장은 또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는 5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인권보호 장치이므로 꼭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해 검찰 독점 영장청구권을 경찰과 나눌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전제로 내걸어 하나도 내어주지 못하겠다는 게 문 총장의 오늘 발언 행간에 담긴 의미 아닌가 합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문 총장의 이런 본심은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납니다.

문 총장은 일련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 관련해 "논의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궁금해서 물어본 적도 있지만 구체적 경과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사자이면서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 패싱논란을 사실상 인정하며, 이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문 총장은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 방식이 공개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해석하기 따라서 논의 절차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으며 추후 결정에 불복할 수도 있다는 자락을 깔아 놓은 겁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조국 민정수석 주도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박재승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협의 테이블에서 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양 빠지게 검찰 패싱논란을 자인하면서까지 메시지를 던진 문 총장의 오늘 발언에 조국 수석과 박상기, 김부겸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진진합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