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특검법에도 나오는 '지득하다'... 시민들 "지독하다?" "진득하다?"
일본식 한자어 잔재... 형법, 국가보안법 등 우리 법 곳곳에서 여전히 쓰여

[법률방송]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7일)은 뭔지 알 것도 같지만 저 개인적으론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써본 적도 없는 말 '지득하다'입니다.

'지독하다'가 아니라 '지득하다'인데, 무슨 뜻일까요.

석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통령을 등에 업고 민주질서를 유린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한 희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지난해 1월 특검팀에 소환된 최순실씨가 악을 쓰며 외친 말은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는 죽었다"였습니다.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최순실씨에게 1심 법원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국정농단 사태를 단죄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순실 특검법'.

원래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률입니다. 

이 법 제8조 '특별검사 등의 의무'에 관한 조항입니다.

8조 3항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제6조 제4항에 따라 (특검에) 파견된 공무원은 파견되어 직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지득한 정보를 소속 기관에 보고하여서는 아니 된다."

'벌칙'에 관한 같은 법 21조 3항엔 "직무수행 중 지득한 정보를 소속 기관에 보고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지득하다', 전체 문맥을 보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짐작은 되지만, '지득하다'라는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과연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강병재(24세) 서울 서초동]
"(지득하다) 무슨 뜻인 거 같으십니까."
"지독하다... 비슷한 거 같은데..."

[김미향(58세) 서울 양재동]
"아득하다? 들어보진 못했는데 좀 이렇게 진득하다? 진득하다랑 비슷할 거 같은데."

당연히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써본 적도 없다는 시민이 대다수입니다.

[황보인철(22세) 의정부 호원동]
"'지득하다', 이거 태어나서 들어보거나 혹시 써본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아니오. 한 번도 써본 적도 없는데. 들어본 적도 없어요."

지득하다, 한자로 쓰면 '알 지(知)' 자에 '얻을 득(得)' 자를 씁니다.

알아서 얻다 즉, '알게 되다'라는 뜻입니다.

한자로 풀어보면 뜻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전형적인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일본말로는 '시리에루(しりえる)'라고 하는데 '知り得る'라는 일본어에서 한자 표기 '지득(知得)'을 우리말 한자음으로 따온 국적불명의 표현입니다.

심지어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한자 종주국' 중국에서도 전혀 없는 한자 조합입니다.

[김연희 (27세) 서울 전농동 / 중국인 유학생]
"중국에서는 이렇게 쓰나요."
"아니오. 이렇게는 안 쓰는 거 같아요."

"그럼 중국에서는 '알게 되다'를 뭐라고 쓰나요."
"그냥 한국어로는 알다, 쯔다오(知道, zhīdào), '알았다'는 뜻으로..."

특검법 8조 3항 '지득한 정보를 소속 기관에 보고하면 아니 된다'는 '알게 된 정보를 소속 기관에 보고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지득한 정보, 알게 된 정보.

어느 쪽이 더 쉽고 명확한지는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일본식 한자어에서 유래한 이 국적불명의 '지득'이라는 단어는 우리 형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국가보안법은 물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곳곳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습니다.

'지득하다', 일상에서 쓰지도 않고 단순히 어려운 한자도 아닌, 일본식 한자어 잔재로 남은 국적불명의 말.

이런 말을 우리 법률에 계속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헌법도 쉬운 우리말로 바꾸겠다는 정부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와 국민투표가 필요한 사항도 아닌데 이런 말을 계속 우리 법률에 두고 쓰는 이유.

몰라서인지, 알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손을 안 대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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