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3남 장호준 목사 '황당한 재판'... 검사도 변호인도 재판장도 얼굴 한 번 못봤는데
장준하 3남 장호준 목사 '황당한 재판'... 검사도 변호인도 재판장도 얼굴 한 번 못봤는데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3.2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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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1년 6개월 만에 오늘 첫 재판... 장호준 목사 불출석
“앞으로 재판 어떻게 되나” 질문에 법원·검찰도 답 못 내놔

[법률방송]

형사재판 피고인이 본인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궐석 재판’,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닌데요.

재판장은 물론 검사도 변호인도 피고인의 얼굴 한 번 못 보고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는 ‘황당한 재판’이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고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의 국외선거법 위반 재판이 이 황당한 재판인데요.

오늘(21일)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재판인지 장한지 기자의 심층리포트입니다.

[리포트]

“가만히 있으시렵니까? 진상 은폐 ‘세월호 참사’, 역사왜곡 굴욕 탈법적 ‘위안부 합의’,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미국에 거주 중인 고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가 현지 매체에 실은 ‘의견 광고’입니다.

당시 선관위는 해외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장 목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외교부는 장 목사의 여권을 무효화했고, 검찰은 그 해 9월 장 목사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열린 장 목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

여권이 무효화 된 장 목사는 ‘당연히’ 공판준비기일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선 장 목사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장호준 목사가 기소된 지 1년 6개월 만입니다.

여권 무효화 조치는 풀렸지만 장 목사는 오늘도 재판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다시 출국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현재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서 출석이 어렵다“는 게 장 목사 국선변호인의 설명입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표명은 보류하는 입장”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사건 공소내용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이 확인이 안 됐다. 제가 추측을 해서 말씀 드리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 변호인의 말입니다.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되긴 했지만 장 목사가 미국에 있어서 관련 입장과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그렇다 치고, 정작 장 목사를 재판에 넘긴 검찰도 장 목사를 단 한 번도 직접 조사한 적 없이 기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오늘 재판에서 "장 목사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 ”사실관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며 난감해 했습니다.

재판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피고인 소환장, 공판기일 통지는 제대로 하지 못 한 상태“라며 ”피고인이 오늘 공판 시작되는 건 알고 있냐“고 변호인에 되물었습니다.

피고인이 재판 사실을 알고 있냐고 재판부가 변호인에 되묻는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인정도 부인도 못 하는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법적인 평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입장“ 이라며 난감해 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68조는 선거법 위반의 경우 6개월 내에 재판을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재판부는 “선거법 범죄 사건은 신속한 재판이어야 한다”며 “오늘 기일은 정식으로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한다”는, 열린 재판을 열지 않은 것으로 하는 촌극까지 연출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향후 재판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법원도 검찰도 당혹해 하며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기소유예를 하는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검찰 쪽에 문의하시면...”

기왕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를 한 마당에 공소를 유지할 수도 취하할 수도 없는, 검찰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곤혹스런 모습입니다. 

[대검찰청 관계자]
“기소를 했는데 공소 유지를 안할 수는 없으니까 이것을 공소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공소를 계속 유지는 해야 되는 것이고 그 상태에서..."

다음 공판기일은 28일로 잡혔는데 장 목사 국선변호인은 “장 목사가 다음 재판엔 출석할 가능성이 있냐”는 법률방송 질문에 “글쎄요”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검사가 기소를 해서 재판은 열렸지만 피고인은 나오지도 않고, 재판부도 검찰도 피고인을 강제로 구인할 수도, 구인할 의사도 없어 보이는 재판. 유죄를 선고해도 피고인을 처벌할 수도 없는 재판. 이런 재판을 왜 계속하는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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