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의 '배신감'과 대통령의 '자격'... 박근혜·이명박, 국정원 특활비 뇌물 상납 단상
국정원장의 '배신감'과 대통령의 '자격'... 박근혜·이명박, 국정원 특활비 뇌물 상납 단상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8.03.19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방송=유재광 앵커]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세 명의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국정원 특활비 뇌물 상납 2차 공판이 오늘(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국가 안보 수호의 보루 전직 국정원장들이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참담한 현실.   

"내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누가 국정원장이 되었든 지금 이 자리에 서있을 것이다."

지난 15일 국정원 특활비 뇌물 사건 첫 공판에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한 말입니다.

남재준, 이병기 전 원장 등도 비슷한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기치료 비용 등으로 국정원 특활비를 쓴 데 대해 "특활비가 그렇게 쓰일지 몰랐다.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다“는 것이 이병기 전 원장 등의 토로입니다

'나랏일'에 쓰라고 준 돈을 엉뚱한 데 쓴 사람이 문제이지, 관례대로 돈을 준 자기들이 뭔 죄냐는 취지입니다. 일견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곰곰이'랄 것도 없이 조금만 생각해 봐도 금방 이런 의문이 듭니다.

청와대가 예산이 없는가, 대통령이 특활비가 없는가, 대통령 국정운영 자금을 왜 굳이 국정원 특활비에서까지 받아다 썼겠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입니다.

그게 뭐든 차마 청와대 돈으로 쓰진 못하겠으니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눈먼 돈’, 국정원 특활비를 갖다 쓴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청와대가 왜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가는지 의아했다.”

제 말이 아니라 오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남재준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이었던 박모씨의 증언입니다.

“청와대도 예산이 있어 상식적으로 국정원 돈을 받아갈 이유가 없는데 왜 가져가나 싶어 머리가 아팠다.”

"위에서 시키니 일단 돈은 전달했지만 괜히 돈 전달에 엮이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회피하고 싶었다“는 게 박씨의 증언입니다.

그럼에도 남 전 원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주름 리프팅 미용비나 의상비 이런 데 쓸 거라고까지는 생각 못했겠지만, 대충 뭐 ‘이런저런 일’에 쓰시겠지' 하며 이심전심으로 준 거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뭐든 대통령의 행사니까 '나랏일'로 퉁쳤을 테고 말입니다

지금 와 생각하니 지난해 11월 검찰에 처음 소환된 남재준 전 원장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제일 솔직하고 작금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문고리 3인방이 자기 몫인 국정원장 특활비를 달라고 해서 조금 치사하게 생각했다. 안 줄 수가 없어서 줬다."

일견 이해는 갑니다.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니 뇌물죄 성립 요건인 대가성을 부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범죄인줄 몰랐다,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러나 관례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불법한 관행이라고 '불법이 아님'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치사했다'는 남 전 원장과 달리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국정원은 리틀 청와대다. 국정원 돈을 받은 건 뇌물이 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이 국정원 뇌물 재판에서 한 말입니다.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온 나라 돈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저 '담대함'. 박 전 대통령의 동의를 구하고 저리 변론하는지는 모르지만, 큰 인식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 수수에 대한 검찰 해명은 더 큰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대북공작금에 썼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해명이었다고 합니다.

4대강에 포스코에 자원외교에 방송장악 논란에, '내 거 아닌' 다스 소송까지 살뜰히 챙기시는 와중에 '대북공작'까지 직접 집행하셨다는 해명입니다.

이 전 대통령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문무일 검찰총장은 오늘 출근길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숙고 끝에 문 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를 지시했고, 검찰은 오늘 오후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비서실을 통해 "금일 검찰의 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21일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를 위해 사재를 털어 만든 '청계재단'은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503호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가 503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