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이병기·이병호 朴정부 국정원장 3명 나란히 피고인석에
하나같이 "특활비 청와대 올려줬다... 그러나 위법인 줄 몰랐다"

[법률방송]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늘(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3명의 국정원장은 하나같이 돈을 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위법한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재판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했던, 전직 국정원장 3명이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하늘색 수의를 입었고, 남재준 이병호 전 원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이들은 국정원 특활비 수억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뇌물로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재준 전 원장 변호인은 “특활비가 청와대에 전달됐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집행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한다”면서도 “국정운영의 최고 기관인 청와대 예산으로 사용될 줄 알고 특활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꼿꼿이 앉은 자세로 변호인의 말을 듣던 남 전 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병기 전 원장 변호인은 “특활비의 사용 목적에서 벗어난 사용이라 판단돼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면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특활비가 정치적 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고, 횡령·국고손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병기 전 원장은 “국가 예산 사용에 대한 제 지식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라며 “올려드린 돈이 제대로 된 국가 운영에 쓰이길 기대했으나 반대된 점이 안타깝고 배신감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변호인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자금 공여는 인정한다”면서도 “국정 운영에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뇌물이나 국고손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병호 전 원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특활비 사건이 개인이 아닌 제도적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제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장이 됐더라도 그 분이 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개인 비위의 문제가 아닌 오랫동안 미비된 제도적 문제"라고 항변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엉터리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정당한 금원이라면 은밀하게 골목에서 만나 차에서 받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부정한 대가관계가 있는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9일 열립니다.

드러난 사실 관계는 인정하되, 범행 의도는 없었다는 범의를 부인하는 전술을 들고 나온 남 전 원장 등에 대해 검찰이 어떤 법리로 맞설지,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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