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형벌권 남용 방지, 사법자원 효율적 분배 위한 조항"
항소심 중 처벌 불원 의사 밝혔으나 유죄 받자 헌법소원 내

1심 선고 후에는 형사사건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의사 표시를 취소하고 철회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명예훼손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A씨가 형사소송법 제232조 3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 희망 의사표시는 1심 선고 전까지만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친고죄의 고소 취소 가능 시점을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사이에 자율적인 화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간을 보장함으로써 국가형벌권 남용을 방지하는 동시에 그 행사가 전적으로 고소인의 의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어 "항소심 단계에 있는 자에게도 처벌 희망 의사 표시 철회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1심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투입된 사법자원이 항소심 단계에 이르러 무의미해진다"며 "가급적 고소 취소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이뤄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상소 남발을 막고 사법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심급에 따라 처벌 희망 의사 표시 철회의 효력을 다르게 취급해도 평등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처벌 희망 의사 표시 철회를 1심 선고 전까지로 제한하면 항소심 중 발생한 사정이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함이 초래된다"며 "두 사람이 같은 기간 내 합의한 것임에도 재판 진행 중인 심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되지 않는 것은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피해자 의사를 반영한다는 반의사불벌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A씨와 B씨는 인터넷에서 서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A씨는 벌금을 선고받은 후 항소했다. 이들은 재판 중에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재판부에 밝혔지만, A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고 B씨는 1심 상태여서 해당 조항에 따라 A씨에게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이에 A씨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고 위헌법률제청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2014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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