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롤러코스터 탑승은 정말 위험한가... 차별금지 소송 재판부, 직접 탑승 실험
장애인의 롤러코스터 탑승은 정말 위험한가... 차별금지 소송 재판부, 직접 탑승 실험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8.03.13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롤러코스터 이용 거부당한 시각장애인, 에버랜드 상대 소송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vs "안전조치, 장애인 차별 아니다"

[법률방송]

롤러코스터 같은 빠르고 짜릿한 놀이기구는 물론 범퍼카 같은 아이들이 주로 타는 놀이공원 놀이기구도 시각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제한이 시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인지, 안전을 위한 정당한 규제인지를 다투는 재판이 오늘(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장한지 기자의 심층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최대 시속 104km, 낙하각도가 77도에 달하는 삼성에버랜드의 ‘티 익스프레스’ 라는 놀이기구입니다

스피드와 짜릿함으로 에버랜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놀이기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2015년 5월, 에버랜드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 티 익스프레스를 타려 했던 1급 시각장애인 김준형씨는 당황스런 일을 겪었습니다.

직원이 “시각장애인이라 위험하다”며 탑승을 제지한 겁니다.

티 익스프레스 외에도 20미터 높이에서 360도 회전하는 ‘더블 락스핀’, 아이들이 즐겨 타는 범퍼카 등 7개 놀이기구를 에버랜드 약관상 시각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에버랜드 관계자]
“이용 전이나 이용 중에 위험 요인에 대한 인지가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용에 제한이 되고 있습니다.”

김준형씨는 에버랜드를 다녀온 나흘 뒤 에버랜드와 합병한 삼성물산을 상대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시각 장애인이어서 더 위험할 거라는 주장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 어불성설 이라는 것이 김준형씨 주장입니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지난 2016년 11월 8차 변론 이후 중단됐던 재판이 1년 5개월 만에 재개됐습니다. 

핵심쟁점은 시각 장애인의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한 에버랜드 약관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위법한 약관이냐' 여부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6조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차별금지’ 조항을, 제46조는 장애인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손해배상 예외 규정을 함께 두고 있습니다.

에버랜드 측은 시각 장애인 놀이기구 이용 제한은 이용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에버랜드 측 변호사는 이에 대해 "놀이기구 이용에 따른 충격 자체가 시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다르고, 비상상황 시 탈출이 비 시각  장애인보다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놀이 기구란 것이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를 대비한 합리적인 제한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김준형씨 변호인은 “시각 장애가 있다고 해서 더 많은 충격을 받는다는 것은 피고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에버랜드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김재왕 변호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
“놀이기구를 타는 이유는 놀이기구에서 오는 그런 스릴, 이런 것들을 느끼기 위함인데 지금 피고(애버랜드)의 주장은 오히려 그 스릴을 느끼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식이거든요.”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재판부는 지난 2016년 4월, 시각 장애인, 변호인과 함께 직접 에버랜드 티 익스프레스를 타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정상 운행, 두 번째는 비상시 대피 테스트였는데 시각장애인들도 밧줄을 잡고 비상계단을 따라 안전하게 대피하는 등 특별한 위험 요소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김재왕 변호사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
“시각 장애가 있으면 ‘조금 더 위험할 것이다’라는 생각만 있을 뿐이거든요. 실제로 가서 해보니까 전혀 그러하지 않았고...”

놀이기구가 공중에서 갑자기 정지하면 시각 장애인이든 비 시각 장애인이든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오늘 재판에서도 가속도 그래프와 시각이 있고 없고 반응 차이 등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며 시각 장애인이 더 위험하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다른 이용객의 안전을 위한 합리적 제한인가. 장애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 없는 차별인가.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다음달 24일로 잡았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