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주의, 혼인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 보호 목적
상대방 책임 입증 위해 이혼시 비난 과열 등 부작용
“책임 없는 배우자 보호 전제로 파탄주의 도입해야”

[법률방송] 국회에서 오늘(12일)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최로 이혼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오늘은 이혼 얘기 해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유재광 앵커] 이혼에 관한 토론회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장한지 기자] 네, 일단 이혼 관련에서 현재 우리 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걸 '파탄주의' 그러니까 혼인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면, 그게 누구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바꾸자, 이게 한 축이었습니다.

[앵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가 뭐가 문제라는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민법 제840조는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제6호에서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해서,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데요.

1965년 9월 대법원은 “혼인생활을 파탄 낸 책임이 있는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이혼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이혼을 할 수 있게 하면 자신의 편의에 따라서 배우자를 내쫓는 ‘축출이혼’이 발생할 위험이 적지 않다”고 강조한바 있습니다.

[앵커] 틀린 말이 한 자도 없는 것 같은데, 유책주의가 뭐가 문제라는지 더 궁금해 지는데요.

[기자] 네, 영화배우 김민희씨와 사귀고 있는 홍상수 감독이나 혼외자 사실을 고백한 최태원 SK 회장이 이혼을 원해도 지금까지 안 되고 있는 게 그 부인, 배우자가 ‘누구 좋은 꼴 보라고’ 하면서 이혼에 합의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어느 일방에 책임이 명확한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사람의 일, 특히 부부 사이의 일이 이렇게 일도양단식으로 정리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이 경우 재산권 분할 또는 양육권이나 친권 분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해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서 그나마 좋게 끝낼 수 있는 경우도 완전히 원수로 되고, 결국은 서로가, 그리고 애들만 피해를 본다, 이런 취지인데요. 토론회를 주관한 김삼화 의원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김삼화 의원 /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유책주의가 재판상 이혼과정에서 항상 자기가 원하는 이혼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있고, 그것이 오히려 혹시라도 회복가능성이 있었던 부부를 더 파탄으로 끌고 가는 현상이 왕왕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기자] 네, 유책주의 대신 혼인생활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는 이혼을 시키도록 하는 파탄주의 채택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건데요.

일단 대법원은 불과 몇 년 전인 2015년에도 전원합의체에서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 생활을 깬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며 유책주의에 대한 기존 판례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혼 후 부양이나 보상급부제도와 같은 무책배우자 및 자녀 보호를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책주의를 폐기하면 유책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입니다.

[앵커] 결국 돈 문제와 연관이 되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가부가 조사한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요. 한부모 가구의 27%는 양육비를 한번도 받은 적 없고, 생계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양육비 채무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잠적하거나 거주지나 소득·재산조사와 같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무책배우자가 승소해도 양육비를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토론회에서는 유책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되, 무책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왔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기자] 이혼 후 배우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법률로 의무화, 강제화 하자는 건데요.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사례들을 언급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수준의 경제적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게 오늘 토론회 골자입니다.

[앵커] 네, 유책주의든 파탄주의든 제대로 된 ‘이혼 후 부양제도’가 시급히 마련됐으면 좋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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