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단순 정치적 의사표시... 선거운동 해당하지 않아"
대법원 "선거운동 아니어도 선거법상 게시물 위반죄 성립"
법조계 일각 "선거 관련 표현의 자유 위축될 것" 우려 제기

[법률방송]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인의 공천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일까요, 아니면 정당한 의사표시일까요.

대법원 판결이 오늘(7일) 나왔는데,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엔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지만, 불법 선거운동 광고물 게시엔 해당한다는 판결, 판결 사유가 어떻게 되는지 신새아 기자가 심층 리포트로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4·13 총선을 두 달 정도 앞둔 지난 2016년 2월, 김민수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습니다.

피켓엔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의원의 채용청탁 의혹을 언급하며 “이런 사람은 안 된다고 전해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구호 등을 외치진 않았지만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공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겁니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김민수 전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김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직선거법이 금하고 있는 불법 선거운동과 불법 게시물 부착에 해당하느냐 여부입니다.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과 관련해 허가받지 않은 방법으로광고물 등을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2심은 불법 선거운동과 불법 게시물 부착을 모두 무죄로 봤습니다.

“공천 반대 1인시위는 단순한 지지 혹은 반대 의사표시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해당 팻말을 불법 선거운동 광고물게시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1·2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1·2심에서 무죄가 난 판결은 하지만 대법원에서 뒤집어졌습니다.

대법원 2부는 오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과 관련해’는 ‘선거운동에 즈음해,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해’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즉, 직접적인 선거운동 뿐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선거에 관한 행위 전체를 선거운동과 관련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이런 게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비록 김민수 위원장의 1인시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게시물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공천 반대 팻말 1인시위가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지만 팻말 자체는 선거운동과 관련한 것으로 불법 게시물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 판단입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거 기간엔 팻말도 들지 말라는 것이냐며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지훈 변호사 / 법무법인 허브]

"금지된 행위가 너무 많아지는 거죠, 그러면. 선거운동이 아니어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해버리면 사실상 이거는 기소하는 사람한테 완전한 자의적 해석권을 주는 거잖아요. 앞으로 선거운동과 관련해서 어쨌든 여러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이 되겠죠."

정치적 의사 표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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